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호박고구마’처럼, ‘마음의 소리’에서 10년 후에도 길이 기억될 명장면이 대거 탄생하고 있다. 국내 시트콤 역사에 남을 에피소드다.
지난 9일 KBS 2TV ‘마음의 소리’(극본 권혜주 이병훈 김연지, 연출 하병훈)가 안방극장에 상륙했다. 앞서 지난달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클립영상으로 공개된 바 있는데, TV판은 그보다 더욱 강력한 카메오와 에피소드로 준비를 단단히 마친 모양이다.
‘마음의 소리’는 시트콤 특성상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만큼 짧고 임팩트 있는 웃음을 주고, 언제 어디서부터 봐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모바일 시대에 더욱 적합하다.
이날 방송된 1회에서는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도 단연 조석(이광수 분)과 아버지 조철왕(김병옥 분)이 각각 위기를 겪고 경찰서에서 만나는 이야기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배꼽을 잡게 했다.
석이는 공중화장실에서 큰일을 보다가 휴지가 부족한 상황을 겪게 됐다. 옆 칸에 있던 형 조준(김대명 분)으로부터 걸어놨던 바지를 휴지 대신 빼앗기게 됐고-서로의 정체는 알지 못한채 헤어졌다-, 한 번 더 큰일을 보게 되면서 속옷마저 휴지처럼 사용하게 된 것. 이에 태블릿 PC로 얼굴을 가리고 여의도공원을 그 상태로 활보하다가 경찰서로 연행됐다.
한편 철왕은 잘 되지 않는 치킨집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촬영장 보조출연자가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고, 그날 배역은 인민군이었다. 잠시 농땡이를 피우던 사이 촬영이 끝났고 아무도 철왕을 찾지 않아 영화 속 차림대로 수풀 속에서 일어난 철왕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주차시킨 차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북한군으로 큰 오해를 사게 됐다. 두 사람 모두 뉴스에 등장했고, 경찰서에서 만나게 됐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의 모습이 창피해 모른 척하는 에피소드로 마무리돼 큰 웃음을 줬다.
특히 철왕의 에피소드는 묘하게 무장하고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군으로 보이기 충분했던 터. 버스 안에 있던 승객은 죽음을 예감하며 오열하고, 예비군과 휴가 나온 군인이 전우애를 느끼고 철왕을 공격하고, 철왕에게 맛있는 밥을 제공했던 치매 할머니는 사실 살기 위해 치매에 걸린 척 했다는 비화까지 밝혀지며 에피소드에 완성도를 높였다.
바쁜 생활 속, 웃을 일 없는 현실 속에서 ‘마음의 소리’가 가져다주는 단 10분의 웃음의 힘은 강력하다. / besodam@osen.co.kr
[사진] '마음의 소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