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SNL8'도 촛불을 밝혔다.
신랄한 패러디로 공감을 샀던 '여의도 텔레토비'가 폐지되고, 한동안 정치 풍자가 실종됐던 tvN 'SNL코리아8'가 뒤늦게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향해 일침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SNL코리아8'는 이수근이 호스트로 나섰고, '천생 개그맨'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입담부터 콩트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날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은 '겨울왕국'을 통한 박 대통령 패러디였다.
늦은만큼 더 통쾌했고 화끈했다. '겨울왕국'의 엘사(이수민)와 안나(김민교)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을 연상케 하는 패러디를 쏟아부었다.
안나는 엘사의 연설문을 고쳐주고, 연설문에 '온 우주의 기운'을 채워넣었다. 얼음 왕궁에 숨어, 머리나 매만지는 모습을 '여왕의 사생활'이라 지칭했고, 문고리 3인방은 문고리 3총사로 대체됐다. 국민을 잠재우기 위해 하품체조 만들기에 열중하는 '미스터 차'도 등장했다.
"기억이 안난다"고 하는 '고령의 비서실장' 스벤, "고산병에 걸릴 때 먹는 상비약"이라고 비아그라를 설명하는 울라프, '시크릿가든'의 현빈을 흉내내 윗몸일으키기를 해 엘사를 만족시키는 한스 왕자. 절정은 '촛불'이었다. 국민의 촛불로 얼음 왕궁이 녹자, 모두가 재빨리 도망쳤고, 결국 혼자 남은 엘사 여왕은 '엘사의 운명은 과연..'이라는 자막과 함께 클로징 됐다.
뿐만 아니라, '예능청문회' 코너를 통해서는 국회 청문회에서의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최순실 조카 장시호의 대화를 패러디했다. '새터데이 나이트라인'에서는 탄핵 가결, 청문회에 불출석한 최순실이 '공항장애'라고 기입한 것들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234표의 찬성으로 가결된 다음날 이 악물고 펼쳐낸 tvN 'SNL코리아8'의 묵혀둔 정치 풍자는, 오랜만에 화끈했다.
최근 각종 논란으로 사과를 거듭했던 'SNL코리아8'가 19금 유머를 내려놓고, 다시 잡은 소재는 정치 풍자였다. / gat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