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은 되는데, 지상파는 왜 안될까?'
예능 시즌제를 향한 관심에 또 다시 불이 붙었다.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SNS상 발언이 촉발제가 됐다. MBC 파업을 제외하면 무려 11년간 쉼 없이 달려왔으니, 분명 지칠법도 하다.
김태호 PD는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열심히 고민해도 시간을 빚진 것 같고, 쫓기는 것처럼 가슴 두근거리고, 택시 할증 시간 끝날 쯤 상쾌하지 못한 마음으로 퇴근하는 회의실 가족들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준다면 한 달의 점검 기간과 두 달의 준비 기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에라 모르겠다 #방송국 놈들아 #우리도 살자 #이러다 뭔일 나겠다'는 해시태그는 조금 더 노골적.
김태호 PD의 이런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OSEN과의 인터뷰에서도 "어떤 아이템을 정성 들이고 그럴싸하게 만드는데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힘들다"며 "시간적인 여유를 갖는 것, 회사에도 말해봤지만, 결국 우리가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3개월간 '무도'가 쉴 경우, MBC에서 3개월 동안 그 시간에 무슨 방송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고 시즌제가 불가능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는 사실이다. 지상파가 시즌제를 바라면서도, 레귤러를 고집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공공재 특성을 지닌 지상파 환경상 어쩔 수가 없다. 탄력적 편성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시즌제를 도입할 경우 더 많은 인력이 담보된다. 기회비용을 따져서도 시즌제를 선택하는 건 쉽지가 않다.
KBS의 품을 떠나 tvN에 정착한 나영석 PD가 OSEN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했던 것 역시 이런 특성이었다. 나 PD는 "'꽃보다' 시리즈" 같은 콘텐츠는 레귤러한 프로그램으로 자리할 수 없다. 시즌제가 적합하다. 지상파는 '영속성'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게 불가능하다"고 케이블행을 택했던 이유를 전했다. 이후 나영석 PD는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도 모두 시즌제로 안착시켰다.
'무한도전'을 품고 있는 MBC가 고심해야할 대목이다. 목끝까지 차오른 김태호 PD의 볼멘소리가, 자칫 나영석 PD를 포함한 여러 스타 PD들과 마찬가지로 과감하게 케이블이나 종편행을 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영석 PD는 시즌제를 거듭하면서, 후배 PD들과 협업을 하며 동시에 여러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또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확보해,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안정적인 시청률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JTBC를 필두로 한 종합편성채널 역시 이러한 시즌제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 케이블과 종편에 예능 강국의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지상파가, 더 이상의 인재 유출을 막고 예능 경쟁력을 강화를 꾀하고자 한다면, 이번 김태호 PD의 날선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gato@osen.co.kr
[사진] OSEN DB, 각 프로그램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