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김태호 PD가 오랫동안 숨겨왔던 심경을 토로했다. 11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오며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독보적인 인기와 사랑을 받으며 '국민 예능'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지만, 이를 이끌어오는 제작진은 늘 쫓기는 것처럼 힘든 나날이었다는 것.
지난 2005년 첫 선을 보인 '무한도전'의 시작은 MBC '토요일'의 한 코너 '무모한 도전'이었다. 이후에도 '무리한 도전', '무한도전:퀴즈의 달인' 등 여러 이름을 거쳐 드디어 지금의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기획과 멤버들끼리의 탄탄한 호흡은 여타 예능과 차별화되는 웃음을 선사했으며, 때때로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거나 현 정국에 대한 뼈아픈 돌직구도 서슴지 않는 꼿꼿한 소신은 '이래서 무한도전, 무한도전 하는구나'를 실감하게 했다.
이렇게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 그 이상의 의미를 쓰고 있는 '무한도전'이지만, 사실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김태호 PD를 비롯한 여러 제작진들의 숨겨진 노고와 고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야구 중계로 인한 프로그램들의 대거 결방을 택하는 시점에도 '국민 예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무한도전'은 쉽게 결방할 수도 없었다.
이에 결국 김태호 PD는 오늘(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회의실 가족들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준다면 한 달의 점검 기간과 두 달의 준비기간을 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끝에는 "#에라모르겠다#방송국놈들아#우리도살자#이러다뭔일나겠다"라는 장난기 섞인 해시태그를 덧붙였지만 웃음 뒤에 숨겨진 스트레스가 느껴졌다.
더불어 김PD는 "열심히 고민해도 시간을 빚진것 같고, 쫓기는 것처럼 가슴 두근거리고, 택시 할증시간 끝날 쯤 상쾌하지 못한 마음으로 퇴근한다"라는 말로 그동안 시청자들은 몰랐던 제작진의 고충을 알 수 있었다.
'한 달의 점검 기간'과 '두 달의 준비기간'이라는 것을 시즌제를 말하는 것일 터. 특히 주기적으로 엄청난 스케일의 대형 프로젝트를 주기적으로 준비하는 '무한도전'에 가장 필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더 나은 프로그램의 질과 양을 위해 휴식은 필요가 아닌 필수. '무한도전' 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 그리고 전체 프로그램의 방송 환경을 위한 '쉼표'가 필요한 시점이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