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연기 열정이 불타오른 채서진은 가능하다면 전 장르에 도전하고 싶지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사극과 로맨틱 코미디다.
“제게 역할이 주어졌을 때 그 인물과 점점 가까워지고,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데 큰 재미를 느낀다. 스스로도 기대되고 아직 보여드릴 모습이 많다. 청순하다고들 하시는데 천천히 작품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해나가고 싶다. 아직까지는 (하나의 이미지에 대해)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커튼콜’과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맡은 제 역할도 너무나 다른 이미지였다.”
같은 시기에 개봉한 영화 ‘커튼콜’에서 채서진은 대구 출신 연극배우 슬기 역을 맡았다. 실제로 전라도가 고향이지만, 극중 경상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쓰기 위해 대구 출신 스태프를 따라다니며 괴롭힐 정도로 열심히 배웠다.
“밥 먹을 때나 숙소 갈 때 따라다니면서 했다. 계속 대화를 나눴다. 스태프가 도움을 너무 많이 주셔서 감사하다. 실제로 대구분이 제게 ‘경상도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웃음)”
모든 작품이 소중하지만 채서진에게는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남다른 애정이 있다. 더욱이 첫 번째 상업영화이기도 하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한 남자가 30년 전의 자신과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사건을 바꾸려 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30개국 베스트셀러 1위로 신드롬을 일으킨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해 영화 관객들은 물론 원작 소설 팬들의 뜨거운 기대까지 한 몸에 받았다.
“제가 좋아하는 기욤 뮈소 작가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출연하게 돼 영광이다. 이 작품에 출연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제 연기를 보고 나면 항상 아쉽다. 저기서 왜 저렇게 밖에 못했나, 왜 저러나 이런 생각 때문에 괴롭고 아쉬운 마음이다.”
채서진은 조련사 연아 역을 맡았는데, 호흡을 맞춘 돌고래와 깊은 교류를 나눠 눈길을 모았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고 동물을 좋아한다. 돌고래들이 너무 예쁘더라. 그리고 되게 똑똑해서 놀랐다. 훈련을 받을 때는 조련사님을 계속 관찰했다. 제가 영화에 가장 늦게 합류해서 훈련 기간이 한 달 정도 밖에 없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아서 즐겁게 했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극중 2015년의 수현(김윤석 분)과 1985년의 수현(변요한 분), 30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같은 인물로 분한 김윤석과 변요한은 비주얼뿐만 아니라 분위기와 눈빛, 그리고 사소한 습관까지 닮아 있어 실제로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였다.
“김윤석 선배님의 작품을 모두 챙겨볼 정도로 팬이었다. 무서울 것 같았는데 직접 만나보니 따뜻하고 자상한 분이시다. 변요한 오빠는 학교 선배님이라는 것만으로도 믿음이 갔다. 저 나름대로 학교 다니면서 단편 영화를 많이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요한 오빠는 저와 비교도 안 되게 많이 찍으셨더라. 단편영화계의 전설이다. 모든 스태프가 요한 오빠를 거쳤고, 칭찬을 정말 많이 하셨다.”
채서진은 변요한과 연인으로 호흡한 것에 대해 “저도 좀 낯가림이 있는 편인데 요한오빠도 낯가림이 심하더라. ‘나랑 같은 과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더 편했던 것 같다. 친해지려고 억지로 노력하진 않았지만 ‘컷’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촬영을 진행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국에 예쁜 여배우는 너무도 많다. 하지만 채서진은 치장이 아닌 연기를 잘해야 멋지고, 예뻐 보인다는 것을 깨달은 듯 싶다. 그래서 좋은 역할을 위해서라면 어떤 변신도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생각했던 건데 과거로 돌아가서 미래를 바꾸고 싶은 적은 없다. 물론 후회되는 순간은 있지만 그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기보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게 현실에 충실하려고 한다.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영화처럼 30년 후의 채서진을 만난다면, 가장 물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엄마 아빠는 건강하신지, 제가 좋은 배우가 됐고 꿈은 이뤘는지 궁금하다. 남편이 누군지도 물어보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purplish@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