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술집'과 함께 취해주시길"
tvN '인생술집'이 '취중토크쇼' 타이틀을 걸고 지난 8일 베일을 벗었다. 막강한 MC 라인업에 빵빵한 게스트까지, 기대를 한몸에 받은 만큼 결과물도 좋았다. 게스트 조진웅에 대한 진솔한 매력은 물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토크쇼가 모처럼 탄생했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불금'보다 더 얼큰한 '불목'이 매주 예고되고 있는 셈이다. 조진웅을 시작으로 이미 박성웅-정선아, 하지원이 녹화를 마쳤고 메이저리거 김현수는 14일 촬영에 나선다. 이를 이끌고 있는 오원택 PD와 술 없이도 진솔한 인터뷰를 나눴다.
◆ "녹화보다 뒤풀이가 더 길어지기도"
-첫 방송, 어떻게 평가하나요?
"만족스러워요. 아무래도 음주를 정면으로 내세우는 방송이라 수위에 대해 걱정했거든요.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염려했는데 수위 조절에 성공한 것 같아요. 또 하나, 연예인들의 술자리가 그들만의 술자리로 비춰질까 걱정했는데 함께 술 마시는 느낌을 시청자분들이 느낀 것 같아 좋아요. 방송을 보며 맥주 한 잔 하고 있는 순간을 인증샷으로 SNS에 많이 올렸더라고요. 스타들의 술자리 자체에 대한 진솔한 모습을 받아들인 듯해요."
-몇 시간 동안 술을 마셨나요?
"'인생술집'은 일반 토크쇼보다 녹화 시간이 짧은 편이에요. 3~4시간 정도 되죠. 술이 매개체가 되다 보니 게스트분들이 마음을 여는 데 가속화 되더라고요. 속 얘기, 들을 만한 이야기가 빨리 나오는 편이에요. 대신 뒤풀이가 더 길어지죠(웃음). '녹화 끝내겠습니다' 라고 해도 게스트분들이 '30분만 더 찍자'고 해요. 옆에선 카메라를 치우고 있는데 MC들과 게스트분들은 계속 술을 드시죠."
-조진웅은 어떤 사람인가요?
"녹화장에는 카메라와 스태프가 숨어 있어요. 술집이라는 공간에 MC들과 게스트들이 제작진을 의식하지 않고 술을 마시는 게 콘셉트거든요. 그래서 저 역시 모니터로 지켜봤는데 정말 멋있는 분이에요. 원래 팬이기도 했지만 영광스럽게도 섭외가 이뤄져 감사했죠. 기대한 것보다 더 인간적인 분이에요. 녹화 때 손뼉까지 치면서 반하고 말았죠."
◆ "술자리를 즐기는 게스트라면 OK"
-막강한 게스트 섭외 비결이 뭘까요?
"tvN 채널 브랜드 위치가 많이 올라간 덕분이죠. 케이블 채널이지만 배우들 섭외에 호의적인 편이에요. 제가 'SNL 코리아' 연출을 4년 했는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섭외가 수월하죠. 그리고 정통 토크쇼를 시청자들이 많이 기다린 듯해요. '무릎팍도사'나 '힐링캠프' 이후 게스트 한 명에 대한 진솔한 매력을 보여주는 토크쇼가 사라졌잖아요. '라디오스타'와 '해피투게더'는 '떼 토크'니까요. 저희는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꼭 듣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니까 걱정 없이 출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게다가 술도 있으니까요. 음주 콘셉트라 첫 방송을 보고 출연을 결정하겠다는 분들이 있었는데 보여드린 기획안보다 방송이 더 잘 나왔다고 호의적인 분들이 더 생겼어요."
-게스트 섭외, 애주가들이 1순위인가요?
"술은 매개체일 뿐이에요. 술에 취하고 좋아해야만 '인생술집'에 나올 수 있는 건 아니죠. 술자리가 주는 따뜻함에 주목하고 있어요. 술을 못 마셔도 함께할 수 있는 분들을 모시는 거죠. 하지원 씨도 술이 센 편이 아닌데 녹화 때 술자리 자체를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녹화 끝나고도 더 오래 앉아서 MC들과 술자리를 즐겼답니다. 술을 아예 못 마시는 분들이라 해도 무알코올 칵테일이나 음료수로 대체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그런 게스트를 섭외한 건 아니지만요."
-취중토크니까 말실수나 방송 사고 같은 부분이 염려될 텐데요.
"그런 염려가 분명히 있죠. 하지만 다행히 지금까지는 다들 그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어요. 좋은 방향으로 녹화가 잘 진행되고 있답니다."
◆ "연예인들의 술자리도 일반인과 다름없어요"
-시청자들의 사연을 받아 술자리를 선물하는 구성도 좋았어요.
"연예인들만의 술자리가 되는 걸 피하고자 마련한 구성이기도 해요. 결국에서는 술자리는 다 같다는 생각이거든요. 연예이들의 술자리라고 해도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더 가깝게 느끼시길 바라요."
-신동엽, 탁재훈, 김준현 3MC의 호흡은 어떻게 보나요?
"사전에 그들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어요. 셋 다 워낙 방송 베테랑이잖아요. 신동엽은 대한민국 최고의 MC이고 탁재훈은 워낙 분위기를 잘 리드하는 웃음꾼이잖아요. 특히 김준현은 돼지 이미지에서 탈피해 음악 요정으로 거듭나고 있죠. 조진웅, 박성웅, 하지원 셋 다 사전에 노래는 안 하겠다고 했는데 김준현이 기타를 들자마자 무장해제 됐어요. 다들 녹아내리더라고요."
-앞으로 시청 포인트를 짚어주세요.
"'일생술집'의 반복적인 패턴은 게스트가 마음을 여는 과정이 될 거예요. MC들과 아는 사이일 수도, 초면일 수도 있잖아요.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는 과정을 지켜봐 주세요. 술자리가 깊어질수록 마음의 빗장이 열리더라고요. 막바지에는 깊은 얘기도 하고 편하게 노래도 한 곡 뽑을 정도로요. 게스트분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또 이야기하지 않았던 사소한 것들, 시청자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과정을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 토크쇼 자체를 자극적이지 않게 연출할 계획이거든요. 가뜩이나 힘든 시국에 다른 자극적인 예능들이 많으니까 피로하지 않게, 집중하지 않아도 물 흐르듯이 편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라요. 캔맥주 하나 따서 같이 취하면서 보는 토크쇼를 만들게요." /comet568@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