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서진은 아직 신인 배우다. 하지만 열의와 마음가짐만큼은 여느 프로 못지않다. 그녀는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감독 홍지영)에서 한수현(변요한 분)의 여자 친구 연아를 연기했다. 캐릭터를 위해 추운 날씨에도 돌고래 조련술을 배우는 범상치 않은 열정을 드러냈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청순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웃을 땐 친언니인 김옥빈의 얼굴이 보이기도 한다. 작은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 둘 다 우성 유전자만 잔뜩 물려받았다. 하지만 ‘김옥빈 동생’이라는 수식어로 채서진의 가능성을 한정짓기에는 그녀의 연기 열정이 예사롭지 않다. 연기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자신을 바꿀 준비가 돼 있다는 마음이다.
2014년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데뷔해 아직까지 대 히트작은 없고, 누구를 만나든 열심히 통성명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23살 이 젊은 신인 여배우의 마음까지 어린 건 아니었다.
“제가 친구들에게 조금 느리고 차분하다는 말을 듣는다. 내성적인 것은 맞는데 사람을 좋아한다. 얼마 전에는 혼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면서 여행 온 다른 게스트들과 얘기를 나누고 사장님과 친해졌다. 다시 한 번 가고 싶다”
여리 여리한 몸매에 말투는 조용했지만 왠지 모를 강단이 느껴졌다. 고작 데뷔 2년 차인데 말하는 품새가 꽤 당차고 야무지다.
채서진은 앞서 언급했듯 배우 김옥빈의 동생이다. 어릴 때부터 7살 차이나는 언니가 배우 활동을 하고, 집에 쌓여있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를 꿈꾸게 됐다고 한다. 그는 서울공연예술고를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진학했다.
“어릴 때 심심하면 언니의 시나리오를 보고 자라면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연기가 내 길’이라고 생각한 때는 대학교 진학을 앞둔 고3 때다. 우선 진학을 해서 진지하게 배워보자는 결심을 했다. 운이 좋게 한 번에 한예종에 붙었다. 좋은 커리큘럼에, 좋은 교수님들 덕분에 연기에 대한 기초를 쌓은 것 같다.”
본인은 부담이 돼 가급적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배우 언니’와의 생활은 연기하는 데 있어서 분명 꽤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촬영을 하면서 잘하고 싶은 마음에 부담감이 컸다. 어떤 날은 연기가 생각대로 잘 안됐다 싶으면 집에 가서 방문을 잠그고 안 나온 적도 있다. 자책하는 스타일이다. 언니가 걱정을 많이 했나보다. 그 날 ‘첫 상업 영화인데 너무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요즘에는 옥빈 언니와 밥 먹으면서도 연기 얘기를 한다. 언니가 있어 든든하다.(웃음)”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