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는 사회 고발 드라마인 듯하다. 대한민국의 어두운 이면을 그대로 가감 없이 소재로 삼아 그려내는데 이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 이번에는 VIP 수술 때문에 힘없는 환자가 결국 죽음을 맞은 것, 그리고 군 내 집단폭행으로 죽은 군인의 사망을 은폐하려는 것 그리고 외압으로 인한 거짓 사망진단서였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 박수진)는 지난 13일 방송에서는 외압 때문에 사망진단서를 거짓으로 작성해야 하고 일반 환자들이 갑(甲)들에 밀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결국 환자가 죽은 내용을 짚어줬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드라마이고 캐릭터부터 그들의 에피소드 모두 허구지만 이 드라마가 담고 있는 내용은 사실 현실이었다. 이날 방송은 윤일병 사건과 논란이 됐던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를 생각나게 했다.
돌담병원에 탈영병이 와서 치료를 받았는데 탈영병의 배에는 여기 저기 멍 자국이 선명하게 나있었고 강동주(유연석 분)는 환자가 구타 때문에 트라우마로 인한 장천공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도윤완은 강동주를 찾아가 병사라고 표시된 탈영병의 사망진단서에 사인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타가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알고 있냐. 바깥 세상에 알려지면 얼마나 실체 없는 것들이 나댈 거냐. 아무 죄 없는 중간관리자 목만 날아간다. 무책임한 결론 아니냐”라며 “때론 진실보다 침묵이 약이 될 때가 있다”라고 했다. 시청자 뒷목 잡게 하는 대사였다. 사실 군 내에서 집단폭행을 은폐하려고 했던 뉴스를 실제 시청자들이 접했기 때문.
강동주가 이를 거절하고 사망진단서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걸 보면 시청자들은 통쾌했다. 하지만 곧 강동주가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을 위해 사망진단서 작성을 미루는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윤서정(서현진 분)도 양심을 팔아먹지 말라면서 “사망진단서는 외압 때문에 팩트가 바뀌면 안 된다”라고 한 마디 했다. 마치 현실의 사건을 향해 외치는 듯했다.
그리고 끝내 강동주는 사망진단서에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작성, 자신의 양심을 버리지 않았다. 거기다 유족에게 수술 녹화 영상을 주면서 증거로 하라고 했고 증언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진짜 의사 강동주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또한 강동주가 과거 자신의 아버지가 VIP 환자에 밀려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한 상처가 있는데, 정작 자신이 의사가 된 후 VIP 수술 욕심 때문에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이에 죽은 환자의 보호자가 돌담병원을 찾아가 강동주가 살인자라는 전단지를 붙이고는 강동주가 의사생활을 더 이상 못하게 만들 거라고 했다.
강동주는 주류가 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성공을 위해 도윤완의 연봉인상, 1억 원의 연구비에 흔들렸던 의사였지만 김사부(한석규 분)와 윤서정의 양심을 지키라는 말에 마음을 바꿨다. 죽은 환자의 보호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서 모든 걸 다시 바로 잡고 싶을 만큼 후회스럽고 부끄럽다”며 눈물로 사과했다.
강동주도 사람이기 때문에 욕심에 흔들리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강동주는 자신의 양심을 버리지 않았다. 약자 편에 서서 그들을 도왔다.
탈영병이 탈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탈영병의 사인을 조작하고 은폐하려던 것, VIP 환자에 밀려 사망한 환자의 억울함 모두를 담은 ‘낭만닥터’. 드라마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어 ‘사회 고발 드라마’라도 해도 될 듯하다. /kangsj@osen.co.kr
[사진] SBS ‘낭만닥터’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