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PD들이 대본 의혹과 폐지설에 대해서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9년 차가 된 장수 예능에 대한 질문은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하지만 새롭게 연출을 맡은 허항 PD와 김선영 PD는 씩씩했다. 뻔하고 똑같다는 질책 보다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에 대한 기다림이 필요한 때다.
‘우결’은 가상 결혼 프로그램의 원조로서 결혼을 예능으로 끌어들인 것은 물론 성공까지 거둔 MBC 대표 프로그램이다. ‘우결’은 국민 예능 ‘무도’의 시청률을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난 호응을 얻은 영광의 시대도 있었다. 시청률과 함께 서인영과 크라운제이, 조권과 가인, 알렉스와 신애 등 ‘우결’을 통해 발굴된 전설적인 스타들도 탄생시켰다. 가상 커플 뿐만 아니라 실제 커플까지 출연하면서 끊임없는 파격을 시도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9년차로 접어든 만큼 ‘우결’의 파격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아이돌이나 라이징 스타들이 새로운 커플로 합류했고 기존에 있던 커플들은 눈물을 흘리며 하차했다. 신혼집을 구하고 처가 댁과 시댁을 방문하고 같이 쇼핑을 하고 럭셔리한 여행을 하고 그러다 갑자기 이별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리얼함을 내세우는 ‘우결’이지만 출연자들의 스캔들로 인해서 프로그램 자체의 진정성이 의심받은 시기도 있었다. 그 결과 ‘우결’은 9년 동안의 영광과 오욕을 모두 뒤집어쓴 채 악플과 폐지론에 시달리게 됐다.
가상 결혼으로 시작해서 열애나 결혼으로 마무리된 스타 커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분명 ‘우결’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상 결혼이라는 틀에서 연애라는 감정을 주고받은 경우가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 방송이라는 틀 자체가 출연자들의 진정성의 한계가 아닐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날 김선영 PD는 기자간담회 말미에 “현재에도 핑크빛인 커플이 있다”고 밝혔다.
지금의 ‘우결’은 가상결혼이라는 틀에서 움직인다는 것만 빼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슬리피와 이국주라는 예능감 넘치는 커플과 그 어떤 커플보다 진정성이 넘치는 정혜성과 공명 커플이 있고 비주얼 최강인 최태준과 보미 커플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우결’ 제작진은 매주 다른 커플의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애쓰고 있다. 진정성 없는 방송이라고 의심하기보다 차분하게 열린 마음으로 커플들의 진심을 읽어낸다면 ‘우결’이 새로운 재미로 다가올 여지도 있는 프로그램임이 분명하다./pps2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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