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경규, 강호동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저녁 한 끼만 주세요.”
생각해보면 천하의 이경규와 강호동이 밥 한 끼만 달라고 구걸하는 모습이 너무도 새롭다. 심지어 거절당하기 일쑤다. ‘1인자’의 자신감으로 초인종을 누르지만 이내 허탈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큰 웃음을 안긴다.
14일 방송된 JTBC 예능 ‘한 끼 줍쇼’는 이경규의 고향 부산 편으로 꾸며졌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이경규가 제작진으로부터 ‘이경규가 태어난 곳으로 가서 저녁을 얻어 드세요’라는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만큼 서울에 비해 금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전 8시30분 서울역에서 만난 두 사람은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기차 안에서 수다를 떨다 지친 두 사람은 낮잠을 잤고, 오전 11시45분이 돼서야 부산에 도착했다. 오랜만의 여행이라서 그런지 이경규와 강호동의 만면에 웃음꽃이 피었다.
강호동는 가장 먼저 이경규의 초등학교가 있는 초량동으로 향했다. 동대신동에서 태어난 그는 딱 일주일을 그곳에서 산 뒤 초량동으로 이사해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모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후배들의 호응을 받는 것과 학창시절 생활기록부를 엿보는 일이었다.
강호동이 학교의 허락하에 이경규의 초등학교 6년 세월을 살폈는데 담임교사들은 일제히 이경규에 대해 ‘낯빛이 어둡다’ ‘비협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이 같은 성향을 지녔던 것으로 밝혀져 웃음을 안겼다.
저녁시간이 되기 전까지 적정한 집들을 물색한 강호동과 이경규는 차례대로 초인종을 눌렀다. 첫 번째 집에서는 저녁을 이미 먹었다고 거절했고, 두 번째 집에선 아직 식사 전이지만 부담스러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결국 세 번째 만에 성공했다. 이경규는 “안녕하세요. 부산의 아들입니다”라고 인사한 뒤 집주인에게 저녁 한 끼만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두 사람은 한 끼 입성을 자축했다.
‘한끼줍쇼’에는 이들을 서포트해줄 만한 다른 방송인 패널이 하나 없다. 그럼에도 이경규와 강호동만의 존재감으로 프로그램을 가득 채운다. 편안하면서도 넉넉한 두 사람의 인심은 보는 이들에게 색다른 존재감을 안긴다. 이들은 사람 자체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믿는 휴머니티를 바탕에 깔고 있다./ purplish@osen.co.kr
[사진] '한끼줍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