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를 본 이들은 말한다. 이병헌이 인생캐릭터를 추가했다고. 영화 ‘광해’, ‘내부자들’, ‘악마를 보았다’ 등 그가 출연하는 영화마다 ‘인생캐릭터의 탄생’이라는 반응이 나오는데, 이는 이병헌이 매번 새로운 연기, 전작보다 업그레이드 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병헌은 영화 ‘마스터’에서 금융사기사건희대의 사기꾼 진회장 역을 맡았는데, 그야말로 소름 끼치는 열연을 펼쳤다. 말 그대로 캐릭터에 ‘빙의’했다는 표현이 적적할 듯하다.
이 영화에서 이병헌의 비주얼이 먼저 들어온다. 아무래도 사기꾼이라 때와 장소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신한다. 단정한 슈트를 입었다가도 화려한 문양의 셔츠를 입는 것은 물론 특히 그의 흰머리가 눈에 띈다.
이병헌은 “이 흰머리도 사기다”라고 밝혔듯이 진회장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흰머리 설정을 자신이 직접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이병헌이 이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마스터’에서 이병헌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 이병헌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확실한 영화다.
이병헌은 ‘마스터’로 영화 ‘놈놈놈’ 이후 8년 만에 악역을 맡았다. 그가 분한 진회장은 조 단위 규모의 금융사기 사건을 벌이는 캐릭터인데 이병헌이 어찌나 이 인물을 맛깔스럽게 표현했는지,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가슴 저 밑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게 느껴진다.
사기꾼 진회장으로 사람들 앞에 설 때는 능청스럽게 사람들을 속이는 연기를 펼쳤다가도 뒤돌아서는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는, 진회장의 이중성을 섬세하게 표현한 그의 연기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거기다 박장군(김우빈 분)의 배신을 의심하는 장면이나 계속해서 자신을 뒤쫓는 김재명(강동원 분) 때문에 분노하는 등 이병헌이 말한대로 ‘팔색조’ 연기를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병헌의 연기를 보러가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영화다.
비주얼부터 연기까지 사기꾼 진회장을 완벽하게 완성시킨 이병헌. 뭐든지 다 잘하는 진짜 ‘사기 캐릭터’라고 해도 될 듯하다. /kangsj@osen.co.kr
[사진] ‘마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