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관명 칼럼] 지난해 방송된 엠넷 ‘슈퍼스타K7’에서 눈길을 끌었던 참가자 중 한 명을 꼽자면 단연 곽푸른하늘이다. ‘홍대 아이유’로 소개되며 첫방송에서 자작곡 ‘곰팡이’를 불러 심사위원 김범수로부터 “엄청난 팬덤이 생길 것 같은 뮤지션이다. 기대서 쉬고 싶다”는 극찬을 이끌어냈다. 실제로 곽푸른하늘은 2012년 쌀롱 바다비에서 열린 기획공연 ‘홍대 아이유 결정전’에서 우승한 재야의 숨은 고수였다. 비록 톱10 문턱에서 안타깝게 탈락했지만 곽푸른하늘은 ‘슈스케7’이 배출해낸 대표 스타였다.
이런 곽푸른하늘이 어느새 정규 2집을 냈다. ‘어제의 소설’이다. 타이틀곡 ‘읽히지 않는 책’ 등 모두 11곡이 실렸다. 지난 2011년 고등학교 졸업작품으로 만든 1집 ‘있는듯 없는듯’ 이후 5년만이다. 11월18~27일에는 서울 상수동 문화지형 연구소 씨티알이 운영하는 갤러리 '회의실’에서 김민주초원 작가와 사진전도 함께 열었다. 김 작가는 이번 정규 2집 앨범재킷 사진작업을 했다. 내년 1월 단독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녀를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났다.
= 지난해 ‘슈스케7’ 잘 봤다. 곽푸른하늘이 떨어진 톱10 이후에는 거의 안봤다(웃음)
“하하.”
= 올해 소속사가 생겼다.(소속사 씨티알싸운드(옛 긴가민가레코드)는 제비다방의 자체 레이블로,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베이시스트 ‘까르푸황’ 황현우가 대표다. 황현우는 이번 곽푸른하늘 2집에 수록된 ‘나는 니가 필요해’와 ‘열꽃’, 연주곡 ‘나 없는 나’에서 베이스를 연주했다)
“그동안 혼자서 활동해왔는데 이제는 다른 뮤지션들로부터 제대로 도움을 받고 싶었다. 지금 옆에 있는 대표님도 사실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면서 알게 된 뮤지션이다. 올 2월의 일이었다.”
(황현우) “2월11일 ‘경록절’ 생일파티에서였다.”
= 경록절이 뭔가.
(황현우) “홍대의 3대 명절 중 하나를 모르나? 크라잉넛의 한경록 생일이다. 해마다 2월11일이면 대대적으로 열린다(웃음). 평소 곽푸른하늘을 소속 아티스트로 데려오고 싶었는데, 마침 그 자리에서 기분이 좋아보이길래 제안을 한 것이다. 일종의 작전이었는데, 흔쾌히 ‘좋아요’ 하더라.”
“나는 고민 많이 했다(웃음). 소속사가 생기니 확실히 좋긴 하다. 음악적으로 도움도 많이 받고. 사진전시회도 씨티알싸운드에서 열어준 것이다.”
= CD 재킷을 펼쳐보다 큰 기린 그림이 등장해 깜짝 놀랐다. 김민주초원 작가와는 어떤 인연인가. 그리고 사진전 반응은 어땠나.
“회사에서 소개시켜줬다. 원래 그분은 동물을 합성해서 작업하신다. 기린도 있고 하마도 있고 코뿔소도 있다. 기린은 작가님의 아이덴티티다. 남산 밑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 옥상에서 찍었다. 이틀에 걸쳐 찍었는데, 찍은 사진들을 공개 안하면 아까울 것 같아서 사진전을 열게 됐다. 사진전에는 저와 작가를 좋아하는 분들이 소소하게 찾아주신 것 같다.”
= 몇곡만 같이 들어보자. 개인적으로는 ‘읽히지 않는 책’ ‘902동 302호’ ‘이래도 좋아 저래도 좋아’가 좋았다. 본인이 직접 3곡을 꼽는다면?
“‘나없는 나’ ‘한줄도 쓰지 않았어’ ‘읽히지 않는 책’이다. 팬들은 ‘읽히지 않는 책’ ‘한줄도 쓰지 않았어’ ‘이래도 좋아 저래도 좋아’ ‘열꽃’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 기존 EP로 발표했던 ‘읽히지 않는 책’이 타이틀곡이 됐다. 이 곡에서는 첼로 사운드가 신의 한수인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네가 쉬지 않는 공휴일’, 이 대목이 압권이다.
“EP 때는 비브라폰을 썼었지만 원래 첼로 사운드를 내고 싶었다. 회사에서 첼리스트 이혜지씨를 소개시켜줬다. 이번 첼로는 모두 즉흥연주다. 내용적으로는 사람과 소통하는 데 대한 어려움, 저의 소심함 혹은 주저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나는 네가 쉬지 않는 공휴일’이라는 가사 그대로 ‘너에게는 필요없는 나’에 대한 이야기다.”
= ‘나 없는 나’에서는 목소리가 무척 성숙하게 들린다.
“나이 들어보이려고 노력 많이 했다(웃음). 평소 동네 산책을 자주 하는데, 예전에 만나던 친구랑 걷던 그 길들이 이제는 너무 싫은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데 갈 곳도 없고, 그래서 안 가본 곳으로만 다니는 그런 심정을 담았다. 친절한 곡은 아니다. 노래 속에 여백이 많은 것도 저 혼자 돌아다니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 ‘이래도 좋아 저래도 좋아’에 등장하는 ‘너’는 왠지 사과가 연상된다(..뜨거운 한낮의 온기를 머금고 손짓하는 너/ 누구보다 뚜렷하고도 투명한 색을 가진 너/ 이토록 탐스러운 널 단숨에 낚아채 한 입 베어 물고파..)
“사과 맞다. 제가 연상한 것은 나무에 매달려 있는 사과다. 깨물어주고 싶은 사과. 어렸을 때부터 사과밭에 대한 동경이 컸다. 이 노래 만들고 나서 사과밭 안에 처음 들어가봤는데, 멀리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 ‘한 줄도 쓰지 않았어요’, 이 곡도 좋다.
“이 곡의 첼로도 즉흥연주다. 원테이크로 녹음했다.”
= ‘902동 302호’는 어디인가.
“예전에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이다. 경기 파주에서 사는데 (이사를 가도) 옛날에 살던 집들이 다 가까운 곳에 있다. 지금은 내가 살지 않는 그 집에 지금은 누가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 나일론 기타 소리가 듣기 좋다. 기타는 언제부터 쳤나.
“중학교 3학년 때부터다. 친구가 기타 배우러 간다고 해서 따라 갔다. 그때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을 때였다. 음악으로 꿈을 정한 것은 1집이 나오고 나서다.”
= 1집이 고등학교 졸업작품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음원사이트에는 ‘2014년 발매’로 나온다. 그리고 대안학교를 다녔다고 하는데.
“맞다. 초등학교, 중학교 모두 대안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는 대안적 삶을 사는 공동체 학교였다. 1집 ‘있는듯 없는듯’은 2011년 졸업작품이고, (앨범이 음저협에) 등록된 것이 2014년이다. EP도 2013년에 나왔지만 등록은 2014년의 일이다.”
= 마지막으로 ‘열꽃’만 더 들어보자. 이 곡의 전자기타는 누가 쳤나.
“제가 만든 곡이지만 이 곡의 기타는 도저히 제가 칠 수 없어서 하헌진씨에게 부탁했다. 화려한 연주가 필요했다.”
= 내년 1월 공연준비는 잘 되어가나.
“1월14일 단독공연이다. 혼자서 부르는 노래도 있고, 밴드와 함께 하는 노래도 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면 여행을 떠날 것 같다.”
= 곽푸른하늘에게 뮤지션의 길을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사실 일이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택했기 때문에 아마 당분간은 다른 길을 걷지는 않을 것 같다.”
= 끝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내년 1월 단독공연이 벨로주에서 열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리고 앞으로는 좀더 자주 작품을 내려고 해요. (3집은 2집 때처럼) 5년이 걸리진 않을 거에요. (소속사)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앨범을 자주 내고 팬분들과 자주 만나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곽푸른하늘의 디스코그래피
2011년 = 1집 ‘있는듯 없는듯’(내가 있을게, 아 너는 어디에, 그래 나 어설프다, 알게 되었어, 기다리기로 했어, 있는듯 없는듯, 곰팡이, 멈출 수 없어, 제발 날, 나 모르는 것이 많아, 빠져들어가, 바람만 불어, 문을 열어, 내가 혹시)
2012년 = 컴필레이션 앨범 ‘Between The Cafes Vol.01 겨울이야기’(빠져들어가)
2013년 = EP ‘밤안개’(애정없는 장난, 가까워지는 시간, 읽히지 않는 책)
2016년 6월 = ‘제비다방 컴필레이션 2016’(나는 니가 필요해)
2016년 6월 = 싱글 ‘온스테이지 290번째 곽푸른하늘’(곰팡이, 나는 니가 필요해, 있는듯 없는듯)
2016년 10월 = 2집 ‘어제의 소설’(읽히지 않는 책, 어떻게 노래할 수 있을까, 애정없는 장난, 902동 302호, 열꽃,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나 없는 나, 나는 니가 필요해, 이래도 좋아 저래도 좋아, 나 없는 나(inst), 한 줄도 쓰지 않았어요) /kimkwmy@naver.com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