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저승사자와 함께 사는 인간이라니. 그 어려운 걸 김은숙 작가가 그려냈다. 공유, 이동욱, 김고은의 동거 생활은 보고 또 보고 싶은 유쾌한 이야기로 거듭났다.
16일 방송된 tvN 10주년 특별기획 '도깨비' 5회에서 도깨비(공유 분)는 지은탁(김고은 분)을 도깨비 신부라고 인정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검을 뽑아 사라져주겠다고 마음먹은 터라 마냥 기쁘진 않았지만 에둘러 "사랑해"라고 고백까지 했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가던 저승사자(이동욱 분)는 지은탁을 집으로 데려온 도깨비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검을 뽑고 이생을 끝내겠다는 도깨비의 말이 내심 반가웠던 저승사자는 지은탁을 반겼다. 하지만 저승사자와 도깨비는 현관 비밀번호를 몰라 시작부터 우여곡절 동거 생활을 예고했다.
갈수록 더 가관이었다.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지은탁의 방을 본인들 마음대로 꾸미겠다고 입씨름을 벌였다. 지은탁에게 방을 내준 도깨비는 저승사자의 방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침대를 두고 티격태격거리며 다시 한번 유쾌한 '브로맨스'를 완성했다.
다음 날 아침,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각자 먹을 음식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지은탁은 "누가 만들어 준 밥 먹는 것 처음"이라며 기뻐했다. 육식주의자 도깨비와 채식주의자 저승사자 덕분에 배부른 아침을 시작한 그. 하지만 초능력으로 나이프를 두고 싸우는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인간이 보기엔 한심했다.
급기야 지은탁은 호소문을 만들어 둘에게 전달했다. 지은탁은 "비가 자주 안 내렸으면 좋겠다.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해 달라. 데려가겠다고 협박하지 말고. 급한 일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 불쑥 나타나지 말고"라며 당차게 도깨비와 저승사자에게 요구했다.
결국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스마트폰까지 마련했다. 특히 저승사자는 스마트폰을 처음 본 기계치. 도깨비는 휴대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으스댔지만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받아야 한다는 유덕화(육성재 분)에게 "어서 가자. 플레이스토어. 옷 입고 나와라"라는 말로 허당끼를 자랑했다.
도깨비의 질투심도 폭발했다. 저승사자와 친하게 지내는 지은탁 앞에서 17세기 명화에 대한 지식을 뽐내기도. 하지만 반응이 없자 도깨비는 "어이 고3, 들어가서 공부나 해"라고 지적했다. "라디오PD 얘기 내가 얘기 꺼냈는데 왜 저승사자랑 얘기하냐"고 발끈하기도.
결국 도깨비와 지은탁은 유치한 말싸움을 벌이게 됐다. 도깨비는 자신의 가슴에 꽂힌 검을 봐 달라고 어필했고 지은탁은 저승사자에게 "이름 안 정했으면 박보검 어떻냐"고 얘기했다. 도깨비는 "검 좀 본다고 오냐오냐 해줬더니 아주 그냥"이라고 버럭 화를 냈다.
지은탁도 만만치 않았다. "내가 누구 때문에 점이 생겼고 귀신을 보게 됐는데. 사람이 이러니까 가슴에 검이 꽂히지"라고 쏘아댔고 도깨비는 "너 어떻게 사람 아픈데를 콕콕 찌르냐. 사이코패스냐"라며 기가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의 유치한 말싸움에 저승사자는 피곤해졌다.
이 싸움의 끝은 뜬금포 고백이었다. 지은탁은 자신이 도깨비 신부가 아니라고 주장했던 도깨비에게 서운했던 상황. "널 위해 그랬다"는 도깨비의 말에 지은탁은 "날 위해 해준 게 뭐 있냐"며 남자 친구를 언급했다. 도깨비는 "여기 있잖아. 네 남친. 여기 네 앞에 나"라고 외쳐 분위기를 묘하게 만들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알콩달콩한 동거 라이프 그 자체였다. 비록 엔딩에서는 도깨비가 지은탁의 10년 후를 본 뒤 자신의 삶을 끝내려고 마음먹어 시청자들을 슬프게 했지만. 그래서 이들 셋의 동거 생활이 좀 더 길게 그려지길 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지은탁이 잠시 검 뽑는 일을 접어두고 오래오래 도깨비-저승사자와 함께 살길 기대해 본다. /comet568@osen.co.kr
[사진] 도깨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