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마법에 조울증 걸릴 듯'
'도깨비' 공유가 김고은과 작별을 앞두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위로했다. 그런데 이들의 눈물 끝은 돈 얘기였다. 마지막을 정리하면서도 사랑하는 이의 기억을 지워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동욱은 스마트폰에 미숙해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 받지 못했다.
분명 슬픈 배경음악에 두 남녀 주인공이 하염없이 우는데 어쩐지 끝맺음은 코믹하다. 검을 뽑으면 죽는다는 안타까운 설정으로 6회 동안 시청자들의 가슴을 졸였던 김은숙 작가가 김고은은 도깨비의 검을 못 뽑는 캐릭터라는 반전 설정으로 안도의 웃음을 안겼다.
웃겼다가 울렸다가, 슬프게 만들었다가 미소 짓게 하는 '도깨비'는 분명 요물작이다. 이런 조울증 드라마가 또 어디 있을까?
17일 전파를 탄 tvN 금토 드라마 '도깨비' 6화에서 도깨비(공유 분)는 지은탁(김고은 분)에게 "검 좀 뽑아줘. 지금. 부탁이야. 이제 그만 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지은탁은 그의 과거에 대해 알아봤다며 "역모 그런 거 했냐"고 물었다.
도깨비는 "맞다. 안간힘을 썼으나 죽음조차 명예롭지 못했다. 왕을 향해 나아간다고 해서 나아질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난 나갔고 내 한 걸음 한 걸음에 죄 없는 목숨들이 생을 잃었다. 지금 나는 벌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 검이 그 벌"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지은탁은 "아니다. 신이 버럴리 없다. 아저씨가 진짜 나쁜 사람이었다면 도깨비 신부를 만나게 해서 그 검을 뽑게 할 리가 없다. 어떤 존재였는지 모르지만 아저씨는 사랑 받고 있다"며 도깨비의 눈물을 닦아줬고 함께 눈물 지었다.
도깨비는 "그럼 이제 나 예뻐지게 해주면 안 될까"라며 거듭 검을 빼 달라고 했다. 지은탁은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네 그건 안 되겠어요"라고 답했다. 지은탁의 대답을 반대로 예상했던 도깨비로서는 황당한 순간. 지은탁은 도깨비가 불쌍하다면서도 "자꾸 맨 입으로 그러면 어떡하냐"고 꼬집었다.
그리고는 "슬퍼서 일단 울긴 하는데 아저씨는 예뻐지기엔 너무 노력을 안 한다. 불쌍할 땐 뭔가 확실한 게 더 좋다. 알바 다녀올 동안 잘 생각해 봐라. 내가 뭘 원할지"라고 덧붙였다. 도깨비는 돈, 집, 보석, 사랑을 언급했다. 지은탁은 "보석 가득한 집을 돈으로 사서 사랑을 담아 줄 생각을 못하냐"며 뒤돌아 나갔다.
그런 도깨비를 저승사자(이동욱 분)가 위로하려 했다. "죽어도 싸다"고 자책하는 도깨비에게 저승사자는 "죽어도 싼 죽음은 없어"라고 진지하게 다독거렸지만 "예외는 있다"며 다시 독설했다. 그리고는 급한대로 안아주겠다고 했다. 도깨비는 검을 빼들어 저승사자를 위협했다. 둘의 '케미' 역시 진지했다가 코믹했다가 종잡을 수 없었다.
또 하나 더. 도깨비는 하루하루 검 뽑을 날을 미루며 자신의 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저승사자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오래오래 이 집에서 살라"며 "내가 사라지면 그 아이 낙인도 사라질 거다. 그 아이 기억을 지워 달라. 자신을 원망하지 않도록"이라고 지은탁까지 부탁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익숙하지 않은 저승사자는 시끄러운 도로 한복판에서 전화를 받은 터라 제대로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도깨비는 이어폰을 끼라고 조언했지만 저승사자는 해맑게 웃으며 "응. 귀에서는 뗐어"라고 말했다. 다소 황당하고 슬픈 작별인사였다.
엔딩이 압권이었다. 도깨비는 결국 마음을 먹었고 지은탁에게 검을 뽑아 달라고 했다. 첫눈까지 내리는 순간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고백까지 했다.
뒷일을 아무것도 모르는 지은탁은 활짝 웃으며 검을 뽑으려 손을 뻗었다. 도깨비는 눈을 감으며 마지막을 기다렸다. 그러나 엄청난 반전이 있었으니 지은탁은 검을 잡을 수 없었다 "이게 보이는데 왜 안 뽑히지?"라고 당황하는 지은탁을 보며 도깨비는 더 황당할 수밖에.
시청자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지은탁이 검을 뽑아서 도깨비가 사라지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던 마음이 극적인 반전으로 사라졌기 때문. 게다가 지은탁이 동화 속 왕자님을 떠올리며 뽀뽀로 마법을 풀려고 해 뜻밖의 엔딩 수확(?)까지 얻었다.
이쯤 되면 '도깨비'는 1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를 가진 요물 드라마다. 웃겼다가 슬펐다가, 조울증에 걸릴 것 같은 기분이다. 김은숙 작가의 마법에 안방 시청자들은 도대체 헤어나올 수가 없다. /comet568@osen.co.kr
[사진] '도깨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