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같은 '금수저'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대한민국은 조금 더 따뜻했을지 모를 일이다. '불야성'을 통해 정의로운 재벌남 박건우로 분한 진구의 매력이 욕망녀 이요원과 유이를 경쟁구도로 내몰고 있다.
19일 오후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불야성'(연출 이재동, 극본 한지훈) 9회에서는 박건우(진구 분)를 서로다른 방법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욕망녀 서이경(이요원 분)과 이세진(유이 분)의 갈등, 그리고 서이경을 지키고자 하는 박건우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박건우는 자신을 향해 칼을 겨누는 서이경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동시에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이세진마저 진심으로 대했다. 이세진은 그런 박건우의 순수한 모습에 시간이 지날수록 끌리기 시작했다.
박건우는 장태준(정동환 분)과 서이경 사이에 꾸미고 있는 일련의 계획들을 알고자 했다. 그는 이세진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세진은 "난 스파이가 아니다"라며 매몰차게 거절할 뿐이었다. 하지만 건우는 이를 불쾌하게 여기지 않았다. 친절하게 설명할 뿐.
그는 "내 방법이 서이경을 빨리 멈출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며 이세진에게 장태준과 서이경의 계획을 묻는 이유를 차근차근 풀어놨다.
이어 "서이경은 12년 전과 똑같다. 마음을 보여준 유일한 사람이 바로 세진씨와 나밖에 없다"며 "그리고 우린 한 사람만(서이경) 걱정하고 있다"고 진심을 호소했다. 서이경을 향한 박건우의 진심어린 사랑이 느껴지자 이세진은 동요할 수 밖에 없었다.
서이경 또한 박건우에게 냉정하게 구는 듯 했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박건우의 아버지 박무일(정한용 분)을 따로 찾아간 서이경은 과거 박건우와 자신이 서로 사랑했었다고 건우와의 과거를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이경은 이어 "당신과 내 아버지 서봉수(최일화 분)의 악연이 우리를 이렇게 내몰았다. 당신 아들을 이 싸움에서 빼내라"며 분노어린 경고를 던졌다.
그러나 건우와 이경의 인연은 점점 악연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서이경의 말에 충격받은 박무일이 갑자기 쓰러진 것.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박건우는 "이경이가 이렇게 까지 할리가 없다"며 마음을 다잡고자 이를 악물었다.
'불야성' 속 박건우는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음에도 불구하고 편법과 정의롭지 못한 것을 지양하는 바람직한 권력자를 상징하고 있다. 현실에선 만나보기 힘들 법한 인물인 동시에 서이경 이세진과 마찬가지로 욕망과 포부는 원대하다.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나서지 않는 겸손한 캐릭터.
극의 특성상 이세진과 서이경을 돋보이게 해주는 디딤돌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박건우를 연기해야 하는 진구에겐 꽤나 어려운 주문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배우 진구는 수많은 작품, 오랜시간 연기 경험을 통해 다져온 탄탄한 내공으로 박건우란 인물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주로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신스틸러를 자처한 진구지만, '불야성'을 통해 극의 베이스도 가능함을 스스로 입증한 격이다. 베이스와 알토 소프라노 모든 영역이 가능하다는 의미. 배우 진구를 통해 완성되갈 '불야성' 속 박건우를 꾸준히 기대하는 이유다. /sjy0401@osen.co.kr
[사진] MBC 방송캡처 ,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