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수선한 일들이 참 많았다"
그렇다. 2016년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보다, '국제 가수' 싸이의 금의환향 시청 공연 때보다 더 뜨거운 함성이 광화문 거리를 가득 매웠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 농단 및 비리로 얼룩진 올 한 해다.
지난 10월 JTBC의 태블릿 PC 보도로 세간에 드러난 최순실의 국정 개입 논란은 두 달째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바람이 불면 꺼질 거라는 여당 의원의 발언은 보기 좋게 틀렸다. 바람이 불자 촛불은 더 크게 횃불로 번졌고 여전히 국민들은 뿔난 상황이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외에는 국민들의 성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그래서 생중계 되는 청문회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직무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의 '모르쇠' 탄핵 심판 답변서와 사건 연루자들의 '난 아니오' 책임 회피 발언에 모두가 공분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무심히 시간이 흐르고 있다.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씁쓸한 현실 속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그래서 윤종신이 나섰다. 가수는 노래로 위로하는 법. 19일 낮 12시에 공개된 신곡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많은 이들이 치유 받고 있다.
이 곡은 '월간 윤종신'의 12월호 신곡으로 스탠다드 재즈풍의 캐럴이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감과 함께 그래도 좀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해 보자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비상식에 절망했던 2016년이었지만 더 나은 2017년을 위한 소망을 품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더욱 인상적이다. 그리기 기법으로 완성된 '그래도 크리스마스' 뮤직비디오에는 2016년의 사건사고가 함축적으로 들어 있다. 변함없는 세월호 추모 열기,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경찰 물대포로 사망한 백남기 농민, 최순실-정유라의 비리와 대규모 촛불집회가 그것.
특히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로 장식된 엔딩이 눈길을 끈다. 손석희 앵커의 그림과 함께 "그리고 저희들의 마음 역시 어둡습니다. 뉴스와 절망을 함께 전한 것은 아닌가, 돌아보지 말거라. 거기가 땅끝이라면 끝내 돌아서지 말아라. 땅끝은 땅의 시작이다. 함부로 힘주어 걷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라는 문구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는 지난 10월 27일 방송된 '뉴스룸-앵커 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가 한 말이다. 그리고 12월 19일, 그는 다시 한번 '앵커 브리핑'에서 윤종신을 언급했다. 앞서 윤종신은 아내 전미라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가한 뒤 SNS에 "진보, 보수, 좌우, 정치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선악의 문제다"라고 적었던 바.
손석희 앵커는 "그는 모두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라고 노래하고 있다. 부제는 '상식의 크리스마스'다. 이건 좌우의 문제가 아니고, 촛불과 태극기의 문제도 아니다. 건강한 시민들의 상식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상식, 촛불과 태극기가 상식으로 만나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말로 끝맺음했다.
두 사람의 상식이 그나마 너덜너덜해진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윤종신은 따뜻한 음악으로, 손석희 앵커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진실된 행보로 삐뚤어진 대한민국의 하나된 희망으로 타오르고 있다. 비로소 상식이 하나가 됐다. /comet568@osen.co.kr
[사진] '그래도 크리스마스' 뮤직비디오, '뉴스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