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낭만닥터 김사부'가 또 하나의 현실적인 화두를 안방에 던졌다. 대한민국을 점령했던 메르스 사태와 2014년 전국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를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로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
19일 방송된 '낭만닥터 김사부' 13회에서 돌담병원 응급실에 메르스로 의심되는 환자들이 들어왔다. 응급실에 있던 강동주(유연석 분)는 급히 응급실 폐쇄 조치를 내렸고 환자들과 의료진은 격리됐다.
강동주의 판단은 빠르고 옳았다. 하지만 컨트롤타워는 달랐다. 김사부(한석규 분)는 질병관리본부에 전화를 걸어 빠른 조치를 요구했지만 관계자는 "메르스가 맞긴 한 거냐. 지정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시라. 그 병원에 필요한 걸 뒀다"는 말만 되출이했다.
이미 오후 6시가 넘어 보건소 직원들은 퇴근한 상황. 그럼에도 질병관리본부 측은 "보건소 차량으로 환자 이송이 안 되면 119를 부르라. 그것도 힘들면 일반 구급차를 이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답답한 소리만 했다.
결국 김사부는 폭발했다. "환자를 이송하려면 동반자 역시 전신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안면 보호구조차 없다. 환자 이송 자체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중앙 컨트롤타워가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처먹어"라는 호통과 함께.
지난 2014년 4월 16일, 바다가 꽃다운 아이들 300여 명을 집어삼킨 그날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컨트롤타워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의문의 행적에 머리 손질로 시간을 보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
그리고 지난 청문회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관계자들이 본인들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발뺌했다. 중앙 정부의 미흡한 대응,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사태를 악화시켰고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또 참사 당시 세월호 선장은 승객들을 구할 생각 없이 본인 먼저 구조돼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낭만닥터 김사부' 역시 이를 염두에 둔 듯한 전개로 시청자들 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배를 버리고 도망간 선장과 환자를 외면하고 퇴근하려는 의사는 한통속일 테니.
폐쇄된 응급실에서 복통 환자가 발생했고 급히 수술을 집도해야 했다. 김사부는 "잡을 수 있을 때 잡자"며 수술을 부탁했지만 외과과장(장혁진 분)은 "퇴근 시간 아까 지났다. 메르스에 감염됐는지 어떤지 모르는 사람 배를 어떻게 가르냐. 그 수술 거부하겠다"고 맞섰다.
"의사도 사람이다. 의사도 메르스에 감염될 수 있고 죽을 수도 있다. 나도 내 생명 보호할 권리 있다"고 외치는 외과과장에게 김사부는 "네가 메르스 걸릴 확률은 제로다. 네 말 다 맞다. 그러니까 준비하라고"라며 윽박질렀다. "의사란 놈이 너만 살겠다고 튀겠다는 거냐"는 일침까지.
메르스 사태를 표면적으로 내세웠지만 어쩐지 세월호 참사가 떠오르는 '낭만닥터 김사부'였다. 의학 드라마 판 세월호의 비극인 셈. 300여 명의 못다 핀 꽃들이 졌던 현실과 다른 전개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comet568@osen.co.kr
[사진] '낭만닥터 김사부'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