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식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MBC '진짜 사나이' 속 어리바리 귀여운 매력으로 '아기병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안방에 눈도장을 제대로 찍더니, 이제는 적은 대사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뽐낸 '화랑' 속 얼굴 없는 왕 삼맥종으로 여심을 설레게 하고 있다.
박형식은 KBS 2TV 새 월화드라마 '화랑'에서 신라 김씨 왕계의 유일한 성골 왕위 계승자 삼맥종 역을 맡았다. 삼맥종은 7세에 왕권을 물려받았지만. 섭정에 나선 지소태후(김지수 분)의 그늘에 가려져 이름뿐인 왕과 다름 없는 인물.
지난 19일 방송된 1회에서도 이와 같은 삼맥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소태후는 자신의 허락 없이 왕경을 넘은 삼맥종에 분노했고, 삼맥종의 얼굴을 본 자는 모두 죽음에 처하며 그가 왕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이에 모자관계인 삼맥종과 지소태후의 관계는 흡사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지소태후는 궁에 입성한 삼맥종에게 "어쩌자고 여길 온 것이냐"고 분노했고, 삼맥종은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게 이상한 겁니까. 여기 없는 게 이상한 거지요"라며 비소를 지었다.
이어 "그런 말 아십니까. 산 속에 있는 도둑 열 놈을 잡아도 마음 속 도둑 한 놈은 못 잡는다는. 제가 밖에서 아둔하고 못된 자들만 어울리다보니 의심만 많아져서요"라며 웃음 뒤에 감춰진 가시를 드러내 지소태후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소태후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았다. 지소태후는 "네가 세상에 드러나는 날은 내가 결정해"라며 삼맥종을 다시 어둠 속으로 몰아넣었다.
삼맥종을 위협하는 것은 지소태후뿐만이 아니었다. 유일한 성공 왕위 계승자인 삼맥종을 제거하기 위해 밤이면 밤마다 그의 처소로 자객들이 들이닥친 것. 이날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능숙한 대처로 자객을 제압한 뒤 "내 목숨값이 얼마라더냐"고 물었고, 자객이 쌀 석되라고 말하자 헛웃음을 지으며 비참한 처지를 되새겼다.
이러한 그가 유일하게 안식을 얻는 존재는 바로 아로(고아라 분). 아로는 기방에서 야사를 푸는 이야기꾼인데, 자객들의 위협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삼맥종 역시 아로가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마음을 놓고 선잠이라도 잘 수 잇었던 것. 특히 극의 막바지에는 야릇한(?) 첫 만남을 가진 삼맥종과 아로의 모습이 그려지며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처럼 첫 방송만에 시선을 사로잡는 존재감을 뽐낸 삼맥종의 활약은 박형식에게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의 탄생했음을 알렸다. 시청자들 역시 전작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박형식의 연기에 호평을 보내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배우 박형식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줄 타이밍이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화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