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이 '미역머리'도 소화하는 연기력으로 '화랑'의 무게중심을 잡았다. 과연 '대세 배우'라 불릴 만한 활약으로 대중들의 기대에 성공적으로 부응했다.
박서준은 지난 19일 첫 방송된 KBS 2TV 새 월화드라마 '화랑'에서 천인의 신분을 숨기고 왕경에 입성한 무명 역을 맡아 첫 등장했다. 역할상 미역을 연상케하는 지저분한 머리와 추레한 옷차림이었지만, 존재감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앞서 MBC '그녀는 예뻤다', '킬미, 힐미'와 '금 나와라 뚝딱' 등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박서준이지만 사극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그를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박서준은 첫 등장부터 우륵(김원해 분)에게 화살을 맞은 채 눈을 까뒤집고 쓰러지는 코믹함과 위기에 처한 죽마고우 막문(이광수 분)을 구하기 위해 비장하게 등장하는 카리스마까지 모두 해내며 이러한 우려를 기대로 바꿔놓았다.
'화랑'이라는 드라마 자체가 밝고 유쾌한 청춘물을 표방하는 만큼 캐릭터 역시 자칫하면 한없이 가벼워질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순간 몰입하게 만드는 화면장악력과 존재감으로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준 것.
특별출연한 이광수와는 죽이 척척 맞는 '코믹 케미'를 뽐냈고 아로 역의 고아라와도 여타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과는 확실하게 다른 첫 만남을 가지며 차별화된 로맨스를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엔딩 장면에서는 막문이 귀족 자제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한 순간 홀연히 나타나 "난 인생 운빨이라고 생각하거든. 근데 너 오늘 운 없다"라는 대사와 함께 세련된 액션을 선보이며 다음 회차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이처럼 박서준은 그간의 작품들로 쌓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진지와 코믹, 액션까지 모두 제대로 소화해내며 극의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오글거리는 연기도 담백하게 적절히 완급을 조절하는 노련함이 앞으로의 활약을 더욱 주목하게 만들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화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