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처럼 나타난 중고신인 징고입니다"
슈퍼키드의 메인보컬 징고와 솔로 가수 징고는 명확히 다르다. 유쾌하고 통통 튀는 음악을 했던 슈퍼키드가 아닌 좀 더 묵직하고 감성적으로 노래한 징고다.
2007년 MBC '쇼바이벌'로 혜성처럼 나타나 10년간 꾸준히 노래한 그를 만났다. 지난 11월 21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솔로 앨범까지 내 그 어느 때보다 할 말이 많은 그였다.
지난 13일, OSEN 사옥에서 만나 징고와 나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본다.
#"3년간 빛을 보지 못한 곡들"
징고의 솔로 앨범에는 '날 사랑하지 마요', '널브러져', '버스드라이버', '느닷없이 걔', '로드킬' 등이 담겨 있다. 3년 정도 묵혀둔 음악으로 소속사가 없어서 내지 못하다가 최근 JDB엔터테인먼트에 몸 담게 되면서 극적으로 꾸려진 솔로 앨범이다. 그래서 징고에게는 더욱 애정이 가는 곡들이다. 10점 만점에 무려 9점을 줄 수 있는 명곡들로 채웠다.
"설레고 묵혀둔 노래를 끄집어 내서 후련하기도 하고 걱정도 돼요. 하지만 만족도가 높은 음악들이라 꼭 들려드리고 싶었죠. 곱씹을수록 고소하고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감성으로 만들었답니다. 슈퍼키드의 음악과 솔로 징고로서 차별화를 뒀어요. 좀 더 솔직한 제 얘기를 담은 음악들이죠."
"3년 동안 여러 회사에 데모 테이프를 돌렸지만 환영 받지 못했어요. '왜 내 음악을 이해 못하나' 화도 났지만 평정심을 갖고 다시 들었을 때 사실 구리더라고요. 그래서 더 좋은 음악을 만들었죠. 이번 솔로곡들은 자기 개발의 결과물이에요. 좋다는 평이 많아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음원 차트 성적은 아쉽긴 하지만 역주행을 노리고 있답니다."
#"카라, 스윗소로우, 에이트, V.O.S, 지오와 쇼바이벌 동기"
징고는 2004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따낸 뒤 2년 후 슈퍼키드로 데뷔했다. 처음에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1년 후 '쇼바이벌'에서 맹활약하며 급부상했다. 그땐 꽃길만 걸을 줄 알았다. 하지만 프로 가수의 길은 그리 순탄치만 않았다.
"슈퍼키드 1집을 내고 난 뒤 진짜 가수가 되고 싶어졌어요. 사실 얼떨결에 상경해서 음악을 하게 됐고 얼떨결에 1집이 나온 상황이었거든요. 모든 게 빠르게 진행됐죠. 1집이 망할 찰나에 '쇼바이벌'에 나갔는데 지금은 부끄러운 기억이에요."
"그땐 운이 좋아서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는 걸 몰랐거든요.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고 엄청나게 노력하는데 우린 운좋게 캐릭터 하나 열정 하나로 때우려고 했죠.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꿈 같은 시간이었거든요. 언젠가 그 기회가 다시 찾아오면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한 열등감 컸다"
징고는 2011년 3월 첫 솔로곡을 내고 한 달 뒤 입대했다. 그곳에서 징고는 본인 음악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군인들에게 바치는 곡을 쓸 정도로 더욱 열심히 음악을 공부했고 그곳에서 슈퍼키드는 물론 여러 곡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비로소 유치한 허세를 버리고 진실된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는 그다.
"입대 전 제 음악엔 겉멋이 가득했던 것 같아요. 내가 해 온 음악, 제가 가진 실력이 쪽팔렸죠. 배운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기 창피했고요. 저만의 스타일로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곡을 많이 썼고 노래 연습도 많이 했죠."
"제가 열등감이 있는 편이거든요. 가수가 되겠다고 늦게 시작한 편이라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한 열등감이요. 그래서 대놓고 음악한다고 말하지 못한 점도 있었죠. 참신하고 잘하고 어렸을 때부터 배운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서 부럽더라고요. 하지만 군대에서 리듬감을 키우려고 랩을 배우고 기본적인 발성으로 노래하고 여러 곡을 쓰며 솔직 담백한 제 이야기로 음악을 채우기 시작했어요."
#"신선도 유지하는 가수가 되고파"
제대 후 3년간 진짜 본인의 음악을 시작한 징고는 지난 9월 JDB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알려졌다시피 이 곳은 개그맨 김대희, 김준호 등이 속한 개그맨 전문 회사. 그곳에서 가수 1호가 된 슈퍼키드와 징고다.
"사실 개그맨들 회사라서 걱정이 많았죠. 허첵의 인맥으로 소개를 받았는데 저희에게 필요한 요소는 다 갖춘 곳이더라고요. 음악을 시작하면서 저희를 첫 주자로 해주시니 감사한 일이죠. 10년 된 밴드를 품기란 부담이 큰 일일 텐데. 서로 밝은 에너지라는 공통 분모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음악 매니지먼트가 아니니까 저희는 최대한 요구하고 회사에서는 최대한 귀를 열어주시니 감사하죠."
"사실 공백기 동안 수천 번 다른 직업을 생각했어요. 의류 사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옷게가를 차릴까, 전문 리셀러가 돼 볼까, 음식이나 부동산 관련 일을 배워볼까, 수영강사를 할까 등등요. 하지만 모든 걸 하려고 해도 음악은 포기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자연스럽고 진부하지 않은 가수로 남고 싶어요. 제철 과일 같은 가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수 말이에요." /comet568@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