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대로’에 출연한 손아람 작가가 시국 풍자 버스킹을 준비한 가운데, 촌철살인마저 섹시한 ‘뇌섹남’으로 등극했다.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JTBC '말하는대로'에서는 연말특집을 맞아 버스커들 중 시청자가 꼽은 '다시 보고 싶은 버스커들' 7인이 버스킹에 나서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7인으로 꼽힌 '어벤저스'들은 바로 김동영 작가, 개그우먼 장도연, 변호사 박준영, 손아람 작가, 칼럼니스트 곽정은, 웹툰 작가 이종범, 배우 허성태였다. 7명의 버스커들은 한데 모여 ‘말하는대로’ 출연 후 달라진 일상과 주변 반응을 전했다.
장도연은 “내년 입춘에 남자가 있다는 사주를 받았다”고 고백했고, 김동영 작가는 1회 버스킹 때 입고 왔던 옷을 그대로 입고 와 ‘뜨고 싶은 욕망’이 있음을 밝혔다. 박준영 변호사는 급기야 노래까지 부르며 MC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고, 이종범은 “버스킹 이후 웹툰 작가들 사이에서 ‘도망쳐도 돼’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돌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와중에 손아람 작가는 반전의 ‘허당미’를 선보였다. 하하는 “아내가 손아람 작가 버스킹을 보고 정말 멋있다고 했다. 다 편집발이라고 말하려던 걸 참았다”고 폭로했고, 당시 함께 버스킹 무대에 오른 장도연은 “자신이 할 때 모객이 잘 안됐다고 우리에게 징징거렸는데 TV 안에서는 쿨하게 나오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버스커들 사이에서는 “할말 없다”고 진땀만 뺐던 손아람 작가. 하지만 그는 버스킹을 위해 무대에 오르자 ‘뇌섹남’으로 돌변했다. 그는 이번 버스킹에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언급했다.
손 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독자는 ‘죽은 사람’에게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소위 ‘대박이 난’ 작품들이 전부 죽은 사람을 주인공이었다는 점을 들며, 작가들은 그렇기 때문에 조선시대와 같은 과거를 배경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동향과 정반대로, 현재를 살고 있는 9천 명에 가까운 등장인물이 나오는 소설이 있다고 손 작가는 말했다. 이 작품은 바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손 작가는 “이런 블랙리스트를 분별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을 나는 이 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고 한다”고 말하며 청와대에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지만 애석하게도 청와대는 통화 중이었다.
손 작가는 “지금 이 상황은 전 같았으면 방송 사고였다. 지금쯤 방송 송출이 중단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단된 것은 방송 송출이 아니라 표현을 억압할 수 있는 권한 행사"라고 말하며 "이를 만들어준 시민들에 감사함을 전한다. 우리에겐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일"이라며 시국에 대해 비판하고 용기 있게 나선 시민들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촌철살인마저도 섹시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소설로 비유를 하는가 하면, 표현의 억압을 듣는 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설명했다. 단호한 어조와 즉석에서 청와대에 전화를 거는 패기는 시선을 압도할 만 했다. 앞서 시국 풍자를 했던 유병재와는 또 다른 스타일로 시국을 비판하면서 또 한 번 시청자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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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말하는대로’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