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무죄로 끝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영남은 변함없이 무죄를 주장했다. 송 씨가 그린 그림에 파이널 터치(그림을 최종으로 손 보는 것)를 하고 사인을 한 것만으로도 자신의 작품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보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콘셉트를 구상하는 이에게 저작권이 있어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그림은 ‘대작’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한 근거로는 현대미술과 ‘팝 아트’라는 것의 개념을 들었다. 누가 그림을 얼마만큼 그렸느냐보다 누가 아이디어를 냈으며,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조영남은 “송 씨가 100% 그림을 그려왔더라도, 내가 사인만 하면 그것은 팝 아트로 완성되는 것”이라고까지 주장한 바다.
지난 21일 오후 2시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조영남의 그림 대작 사기 혐의에 관한 3번째 공판이 열렸다. 조영남은 1차, 2차 공판기일 때와 마찬가지로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고, 검찰의 심문받았다.
피고인석에 앉은 조영남은 저작권은 자신에게 있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고, 검찰은 “조영남의 직업적 특성과 그림 거래에 있어서 의도를 고려해 봤을 때 기만행위가 있었고, 그림을 판매에서 전체적으로 총 20명 정도의 피해자가 있었다. 일부 환불이 됐지만, 회복이 되지 않았다”면서 조영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공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온 조영남과 짧게 대화를 나눴다.
- 2월 8일 판결이 난다. 앞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낼 계획인가
“기다려 봐야죠. 2월까지 기다려보고..그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해야겠죠. 미술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니까 미술활동도 계속 할 거고, 음악 활동도 할 거예요.”
- 1년을 구형한 검찰의 판결,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그게 이상하더라고요. 징역 1년이라니..사실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고, 제가 징역 살아야 된다면 감옥 가서 살아야겠죠. 1년 동안. 감옥 가서 살라고 권하는 이들도 있어요. 그래야 이 사건이 더 화제가 되고 미술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진다고 하더라고요.”
-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인 건가
“그럴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사람을 위해서는 무죄로 끝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수를 위해서. 그렇게 할 예정입니다.”
- 최종 변론에서 딸에 대해 언급한 이유가 있나
“이번 사건을 통해서 딸과의 관계가 급격히 좋아졌어요. 아까 큰일 날 뻔했습니다. 딸 생각이 나서..‘딸아 사랑 한다’ 얘기할 뻔했죠. 분위기가 그런 분위기가 아니어서 하지는 못했지만, 데면데면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확실히 가까워졌어요.”
이번 3차 공판에서 조영남은 “송 씨가 100% 그려왔더라도 내가 사인만 하면 팝 아트로 완성이 되는 것이다. 누가 몇% 그렸느냐는 의미가 없다. 숫자로 나눌 수 있다면 그건 예술이 아니다. 기초 그림을 그리면 파이널터치를 해서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작권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에 사인만 해도 작품으로 인정해준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작가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동안 조수들의 존재를 고의적으로 숨긴 일이 전혀 없다”고 억울해했다. 조수가 있다는 것을 왜 말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을 묻지 않아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답했다.
송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재차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만났다가 20여년 만에 처음 서울 왔다고 연락이 왔는데 아무 것도 안 한다고 하더라. 머물 곳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없다고 하기에 하는 수없이 우리 집에 머물게 했다. 몇 개월 간 같이 머물면서 내가 그림을 그리니까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린 것이다. 자연스럽게 만나서 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무명화가 송 씨는 2009년부터 조영남을 대신해 그림을 그렸다고 지난 5월 폭로했다. 검찰은 조영남이 대작 화가 2명으로부터 건네받은 21점을 17명에게 판매해 1억 6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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