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의 ‘폭로대잔치’, 가능할까 싶었다. 데뷔한지 10년된 베테랑들이 설마 쉽게 ‘그물’에 걸려들 리가.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바로 그 그물이 ‘라디오스타’였으니까.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는 데뷔 10주년을 맞은 빅뱅이 완전체로 출연했다. 빅뱅은 최근 공개한 앨범에 대한 에피소드부터 열애설, 개인기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빅뱅 멤버들은 앉자마자 “신경안정제 먹었다”고 말하며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들은 양현석 ‘디스’부터 시작해서 개인기 퍼레이드를 펼치고, 태양과 민효린의 열애에 숨겨진 비화와 지디의 연애 코치에 관련된 이야기를 술술 풀어놨다.
워낙 ‘토크 하이에나’로 유명한 ‘라디오스타’이기에 이들도 처음부터 놨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은 MC들이 묻는 질문에 솔직하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심지어 승리는 자신의 스캔들을 은근슬쩍 언급하며 MC들이 묻기도 전에 치고 빠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MC들은 그런 빅뱅의 노련함에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틈만 나면 이들을 파고들어 빅뱅을 진땀나게 만든 것.
이런 진풍경은 그야말로 ‘라디오스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라디오스타’는 스타들에게 험한 예능이다. 시청자들도 이를 알고 있기에 ‘라디오스타’라면 진짜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MC들이 다소 짓궂게 질문하더라도 선만 넘지 않는다면 시청자들 또한 용인한다. ‘과연 다른 프로그램이었다면 이런 토크 가능했을까’ 싶은 것도 그동안 ‘라디오스타’가 쌓아 올린 이미지 덕분이었다.
빅뱅도 각오를 했고, ‘라디오스타’도 작정했으니 토크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탑은 “우리 중에서 제대로 연애를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말하고, 승리는 자기도 모르게 지디의 ‘최근 썸’ 이야기를 폭로했다. 오죽하면 지드래곤이 “꼭 그렇게 솔직하게 다 말할 필요 있냐”고 이를 꽉 깨물었을까.
연애 얘기뿐 아니라 팬들이 궁금했던 콘서트 비화나 이들의 엽기사진, 과거 이야기도 빼곡하게 펼쳐졌다.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면 일반 시청자와 팬 시청자의 간극을 조율하기 어려운데, ‘라디오스타’는 그룹 빅뱅과 인간 빅뱅의 이야기를 두루 펼쳐 더 폭 넓은 시청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덕분에 ‘라디오스타’는 빅뱅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한 회로는 아쉬울 뻔했으나 다행이도 이들의 토크는 다음 주 계속된다. 빅뱅의 숨겨진 예능감을 확인하는 동시에 ‘라디오스타’만의 힘을 재확인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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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라디오스타’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