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시네마]‘로그 원’, ‘유머 실종-액션 충만’의 미국 건국 SF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12.22 11: 30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스타워즈’ 시리즈는 북미에선 마치 성경 같은 존재지만 한국에선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를 영화사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영화의 장르와 패턴과 형식 그리고 기술을 바꾼 전환점이기 때문이며, 할리우드가 세계 상업영화시장의 중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리즈 최신작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가렛 에드워즈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배급, 이하 ‘로그 원’)는 기존에 나온 7편의 시리즈를 몰라도 재미있는 감상이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숫자와 달리 ‘4-5-6-1-2-3’편이 시간순인 것은 웬만한 팬 아니면 모를 정도로 복잡한 시리즈다. 하지만 ‘로그 원’은 4편보다 앞선 시대를 그리니 기존 시리즈를 단 한 편도 안 봤다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둠의 세력이 황제를 앞세워 제국을 건설해 지배하는 은하계. 외딴 행성의 오지에서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숨어살던 과학자 겔렌 어소에게 제국군의 국장 크레닉이 찾아온다. 행성 하나를 순식간에 날릴 수 있는 무기 데쓰 스타를 완성시키기 위함이다.

평화주의자인 겔렌은 이에 항거하며 어린 딸 진(펠리시티 존스)을 숨겨 피신시키지만 아내를 잃고 강제로 끌려간다.
진은 급진주의 반군 지도자 쏘우 게레라(포레스트 휘태커)의 손에 자라 어른으로 성장한다. 제국군은 드디어 데쓰 스타를 완성한 뒤 그들에 저항하는 연합군을 압박하고, 연합군은 항복하느냐, 전면전을 펼치느냐로 의견이 충돌한다.
연합군 측은 카시안(디에고 루나) 대위를 리더로 한 돌격대 ‘로그 원’ 팀을 꾸려 겔렌과 접촉하기 위해 진을 끌어들인 뒤 게레라가 반군을 데리고 은신 중인 제다 행성으로 보낸다. 제다 행성에서 진과 카시안은 제국군에게 정체가 들통 나지만 호위무사 치루트(젠쯔단)와 베이즈(지앙원)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게레라를 만나 겔렌의 메시지를 입수한다.
진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연합군에 협력하고 있지만 사실 연합군의 리더는 카시안에게 겔렌 암살을 지시한 상황. 우여곡절 끝에 진 일행은 겔렌을 만나지만 연합군의 폭격에 의해 겔렌이 죽고 이를 목격한 진은 연합군의 음모에 분노해 카시안과 갈등을 빚는다.
데쓰 스타를 가동시켜 제다를 한줌의 재로 만든 제국군은 연합군을 몰살시키기 위해 데쓰 스타 시스템을 가동하고, 데쓰 스타의 약점을 캐낸 연합군은 제국군을 무너뜨릴 결정타를 날리기 위한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한다.
17세기 초 버지니아에 북미 최초의 영국식민지를 건설한 이후 ‘본국’과 갈등을 빚어온 이민자들은 드디어 1776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을 선언한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유럽의 장구한 역사와 유구한 신화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스타 워즈’가 유독 미국사람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다. ‘스타 워즈’ 시리즈는 미국의 건국이념이자 그리스-로마신화의 대리만족이다.
이번 작품은 ‘비기닝’이라 그런지 아예 대놓고 아메리카 대륙의 건국신화를 설파한다.
제국군은 당연히 영국과 스페인이고, 연합군은 다민족 국가인 미국이다. 그래서 연합군 측은 백인 흑인 황인 그리고 히스패닉까지 다양한 인종의 전시장이다.
진의 대부이자 그녀의 아버지의 친구인 게레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휘태커는 흑인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체 게바라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 쿠바의 혁명 및 라틴아메리카의 독립을 위해 짧고 굵게 살다 간 민중운동의 영웅이다. 게레라는 양다리에 의족을 하고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장애인으로 설정됐고, 제국군의 데쓰 스타에 의해 첫 번째로 희생된다. 이래저래 게바라와 연계된다.
루나는 멕시코 출신이고 젠쯔단과 지앙원은 중국 출신이다. 중국 역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열강의 침략에 상처투성이인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미국이 독립선언 후 열강으로 우뚝 서는 과정에서 이민과 정착의 사연을 지니고 있다.
눈에 띄는 스타는 없지만 그래서 ‘스타 워즈’ 시리즈를 꿰고 있지 않은 관객들이 즐기기 좋다. 전체적인 스케일은 확실히 눈이 휘둥그레질 수준이며 특히 몰디브에서 촬영한 전쟁 신은 오락용으로선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눈부시다.
국내 관객에겐 젠쯔단의 활약이 보너스다. 이 영화엔 ‘스타 워즈’의 주인공인 제다이가 대사로만 처리될 뿐 존재가 사라진 것으로 설정돼 아쉬움을 주지만 그 공백을 젠쯔단과 지앙원의 액션이 충분히 보충해준다.
젠쯔단은 광선검이 아닌 중국식 봉을 휘두르고 지앙원은 마치 람보처럼 중화기를 난사하며 맹활약을 펼친다. 여기에 베이더의 짧지만 임팩트 강한 존재감의 과시와 R2D2 C3PO 레아 공주 등의 카메오 출연이 소소한 재미를 던져준다.
‘스타 워즈’ 시리즈는 남자 제다이 중심으로 죽 진행돼왔지만 전작 ‘깨어난 포스’(2015)에서 여전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확 달라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제목처럼 악당 같은 여자 진이 주인공이다. 그녀는 당연히 제국군에 대항하지만 그렇다고 연합군에 우호적이지도 않다.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가족 우선인 아나키스트다.
이 영화가 중심을 잡으려 애쓴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할리우드 영화는 ‘델마와 루이스’(리들리 스캇 감독)가 강하게 비꼰 데서 보듯 남성중심적이기 마련인데 ‘로그 원’은 악당인 듯하지만 진정한 영웅의 면모를 보이는 여자를 앞장세워 짧은 역사라는 미국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중남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미화된 게 옥에 티긴 하지만 ‘4-5-6’ 시리즈에 비해 ‘1-2-3’ 시리즈가 약했다는 평가를 기준할 때 프리퀄의 명분과 가능성은 충분하다.
해리슨 포드가 주인공이던 ‘4-5-6’ 시리즈에서 유머가 넘쳐흘렀던 기억은 잊는 게 감상에 도움이 된다. 시리즈 사상 가장 무겁고 어두우며 진지한 가운데 대의명분과 믿음을 웅변한다. 오는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사진>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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