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극 대전에서 ‘역도요정 김복주’는 어쩌면 최약체라고 불리며 그 결과를 미리 예상했을 리 모른다. 그러나 쟁쟁한 경쟁작에도 인어가 아닌 역도를 들어올린 과거의 나를 칭찬하고 싶다면, 바로 오늘이 아닐까.
지난 22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극본 양희승 김수진, 연출 오현종) 12회에서는 김복주(이성경 분)와 정준형(남주혁 분)이 드디어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전하며 진정한 공식 1일을 맞이하는 순간이 그려졌다. 앞서 준형이 신경 쓰인다고 고백했던 힐링 포옹에 대한 보답은, 흰 눈 키스다.
준형은 요즘 한 가정에 한 명씩 내려달라고 할 정도로 요즘 여성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는 중이다. 역대 로맨틱코미디 역사를 통틀어 가장 청춘스럽지 않을까. 직진 로맨스, 지난 사랑을 정리하게 하는 배려, 장난기, 전 여친에 대한 철벽, 꿀 떨어지는 눈빛까지 모든 걸 다 갖춘 남자친구다.
이날 12회에서도 준형은 복주를 든든하게 지켰다. 가장 친한 친구 조태권(지일주 분)의 사소했던 행동에도 크게 질투하다가도, 복주의 아버지 김창걸(안길강 분)가 쓰러졌다는 말에 놀란 복주를 달래고 필요한 물품까지 알아서 척척 사놓는 다정하고 어른스러운 면모를 가졌다.
앞서 정재이(이재윤 분)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갈 때도, 상처 입고 접어나갈 때도 준형은 늘 복주의 옆에 있었다. 재이를 첫 사랑으로 좋아하다가, 일상에 스민 준형의 애정을 받으며 같은 마음을 품어가는 데까지 섬세하게 그려진 감정들은 시청자들과 함께 보폭을 같이 했다.
모든 캐릭터들의 감정에 친절한 극본은 ‘역도요정 김복주’ 시청자들을 확실히 마니아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 이번 극본을 맡은 양희승 작가의 전작을 보면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tvN ‘오 나의 귀신님’, ‘고교처세왕’까지 웰메이드 로맨스 드라마를 써온 이력이 있어서다.
준형이 첫사랑에 상처 입은 복주를 달래며 마음을 전한 힐링 포옹에 대한 화답은 복주의 화끈한 흰 눈 키스였다. 그 어떤 방해나 오해가 없어도 인물의 섬세한 감정을 느껴가는 것만으로도 재밌지 아니한가. / besodam@osen.co.kr
[사진] '역도요정 김복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