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인들이 제대로 뿔이 났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파행이 한국 영화 발전과 진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검찰 고발이라는 초강수까지 들고 나왔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한국영화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종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총 8개 영화인 단체들은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캠핑촌에서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과 박환문 사무국장 검찰 고발 기자회견을 가졌다.
8개 영화인 단체들은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할 영진위 수장 김세훈 위원장과 영진위 사무국의 관장 업무를 총괄 처리하며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해야 하는 박환문 사무국장은 누구보다 청렴을 중요시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 업무 추진비를 무분별하게 남용, 심각한 도덕적 해이 및 법령을 위반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장한 영진위의 파행은 이렇다. '천안한프로젝트', '다이빙벨'과 같은 영화들을 상영한 영화관을 지원 배제시키기 위해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 편법운영,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지원 배제와 같은 직접적 탄압은 물론 영진위의 각종 제작 지원, 홍보마케팅지원사업 등에서 특정 영화인들 및 제작사, 배급사의 작품을 배제시키기 위해 심사위원명단 공개 거부, 심사과정 회의록 축소 작성 등이다.
이에 대해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대표는 "우리의 검찰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각 단체들에게 영진위로부터 이야기를 하자며 문자가 오고 있다"면서 "그동안 우리와 소통하지 않더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고 꼬집었다.
또한 8개 단체 측은 "김세훈 위원장과 박환문 사무국장의 업무추진비 부적정 사용도 문제가 된다"며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거나 개인병가 중 공금을 사용하는 등 일상 생활에서 영진위의 금액이 사용된 것에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영화계는 불공정한 밀실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영진위의 시대 역행적 행태와 김세훈 위원장, 박환문 사무국장의 책임회피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영화인들은 이번 고발을 시작으로 영진위가 진정 한국영화발전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날 때까지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봉준호 감독은 "영진위의 부적절하고 부도덕한 행동에 충격을 금치 못하겠다"며 "이번 고발을 계기로 영진위가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기자회견 이후 고영재 대표는 OSEN과 만나 "영진위와의 대화는 없다. 고발 조치를 강행할 것"이라며 "그들이 그동안 이래왔다"고 말했다.
또 궁극적 목표가 위원장과 사무국장의 퇴진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두 사람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본부장들이 묵인해줬기 때문"이라며 영진위 조직 전체의 개편을 요구하기도 했다.
8개 단체는 기자회견 직후 고발장 접수를 위해 부산지검으로 향할 예정이다. / trio88@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