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이수, 그 전엔 ‘모델’이란 직함이 있었다. 하지만 과감히 ‘모델’이란 이름 대신 ‘배우’를 선택한 지이수에게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미소 지었다. “그 어느 때보다 연기에 집중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모델이 아닌 연기자가 되기 위해 살도 찌웠답니다.”
지난 16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담임 선생님으로 출연 중인 지이수는 올해 드라마 ‘별난가족’부터 ‘디어 마이 프렌즈’ ‘캐리어를 끄는 여자’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다. 그는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감사한 작품 밖에 없다”며 스스로에게 ‘작품운이 참 많이 따라주는 배우’라고 칭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 같은 경우는 젊은 배우가 한 자리 밖에 없었는데 거기에 제가 들어갔다. 물론 배역은 작았지만 노희경 작가님과 대선배님들과 한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는데 결과가 좋아서 벅찼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가서 선생님들의 연기를 직접 봤다. 선생님들이 그렇게 다 모여서 하는 현장은 좀처럼 없지 않나. 그것만으로도 전 정말 작품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작품을 할 때 마다 남는 것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현정부터 박신혜까지 TV에서만 봤던 배우들과 한 작품에 출연하고, 인연이 닿아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며 아직도 신기하다고 지이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지이수가 연기를 하는 것은 ‘사람’이 남는 것이기 때문일까. 그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다”고 손을 저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는데, 모델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원래는 미술을 10년 가까이 했는데 모델과 연기를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하고 싶은 거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연기를 따로 트레이닝을 받거나 한 건 아니지만, 모델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배우에 대한 꿈을 키웠다.”
모델 출신임에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펼쳐 트레이닝을 따로 받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니. 놀라 되물으니 지이수는 쑥스러운 듯 “칭찬 감사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아직 공부할 게 한참 남았다”며 호흡이 긴 감정 연기를 위해서는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런 지이수에게 화려한 모델 생활을 접고 단역부터 시작해야 하는 배우 생활이 어렵진 않느냐 물었다.
“별로 그렇지 않다. 작품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제게는 작은 역으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모델은 스포트라이트와 무대 위의 스릴이 있다면, 연기는 모든 사람들과 한 호흡으로 맞춰서 작품을 완성해나간단 것이 정말 좋다. 무엇보다 한 인물을 맡으면 책임감이 커진다. 사람들에게 그 인물의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책임감이다. 서로 다른 매력이 있다.”
최근 모델 출신의 배우들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한 이성경이 지이수와 비슷한 나이 또래다. 그는 “이성경 언니와는 친하고, ‘괜찮아 사랑이야’에 언니가 들어간다고 했을 때 축하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 이성경을 보면서 자극도, 용기도 받는다고 지이수는 설명했다.
“이성경 언니는 기도 많고 해서 잘 될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잘 되고 있구나 싶었다. 언니가 작품에 들어갈 때 모니터를 해주기도 한다. 우리 나이 또래에서는 모델 출신 배우로서 이성경 언니가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같은 또래이니까 그런 언니를 보면서 자극도 받고, 때로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도 얻는다.”
하지만 때로는 ‘모델 출신’이라는 게 굴레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이수는 “6년 모델 인생 처음으로 2016년 컬렉션을 통으로 못 섰다”고 말했다. 그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지이수는 “연기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모델 활동 당시보다 6~7kg을 찌웠다고 고백했다. 외관부터 ‘배우’처럼 보이고자 나름대로 노력했고, 그 덕분에 배우 조재현도 자신이 모델 출신이라는 것을 듣고 매우 놀랐다고 지이수는 회상했다.
“배우는 연기가 우선이다. 마르면 예뻐 보일 수는 있어도, 역할로는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작품에 폐가 되면 안 되니까 시청자가 보기에 제가 맡은 배역 같아 보이게 하고 싶었다. 모델 활동을 하려면 많이 말라야 하는데, 아르바이트생이나 기자 같은 역할을 할 때 깡마른 몸매는 오히려 역할처럼 안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살을 찌웠다. 그러니 많은 분들이 제가 모델 출신이라는 걸 모르시더라.”
그렇게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온 2016년이다. 재벌부터 중국집 아르바이트생 역까지 “같은 것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말하는 지이수는 그야말로 ‘터닝포인트’가 될 한 해를 보냈다. 이제는 완벽하게 ‘배우’로서의 길로 걸어 들어온 지이수에게 최종 목표를 물었다. 그는 무엇보다 ‘사람다운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람답고,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주변 분들이 얘기 하시기를, 좋은 사람이 안 되면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티가 난다고 하셨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베이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떤 역할이 와도,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 yjh0304@osen.co.kr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