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를 거듭할수록 연기대상 트로피가 보이는 건 왜일까.
배우 한석규는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 박수진)에서 변함없는 열연으로 지난 26일 결방의 아쉬움을 제대로 달랬다.
이날 방송에서 한석규는 김사부 그 자체로 분해 분노, 젊은 후배에게 하는 충고, 그리고 환자에 대한 걱정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내며 극에 재미를 더했다.
먼저 한석규가 보여준 분노는 현정(김혜은 분) 그리고 도윤완(최진호 분) 등 썩어버린 윗물에 대한 분노였다.
과거 부용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김사부는 도윤완과 현정의 제안을 거절, 자신을 기다리는 일반 환자들의 수술부터 먼저 하겠다고 해 두 사람의 눈 밖에 났다.
이 때문에 도윤완과 현정은 김사부를 병원에서 쫓아냈고 의사로서의 수명 역시 끊어버리려 했다. 이처럼 악연으로 엮인 현정을 돌담병원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
오랜만에 김사부를 본 현정은 "의사 생활 하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냐"며 따져물었고 김사부는 "당신들이 조작한 것 아니었냐"며 되받아쳤다.
뿐만 아니라 과거 자신에 대한 심사 자리에서도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에 대해 분노, 썩은 윗물에 대한 안방극장의 분노까지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며 극의 몰입도를 더했다.
이와 같은 뿌리 깊은 분노는 아니였지만 잘못된 판단을 내린 외과 과장 송현철(장혁진 분)에 대한 분노도 쏟아냈다. 이날 송현철은 김사부 등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동주(유연석 분)의 의견을 무시, 도인범(양세종 분)을 집도의로 수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동주의 의견이 맞았음이 수술 현장, 그리고 뒤늦게 CT를 확인한 김사부에 의해서 밝혀졌다. 이 사실을 안 김사부는 곧장 송현철을 찾아갔고 "너는 눈이 없냐. 이게 어떻게 췌장이 아니냐. 의사들 의견이 달랐으면 둘 다 고려해봤어야 하는 거 아니냐. 어떻게 후배들 편가르기나 하고 있냐"며 꾸짖었다. 보는 이들까지 속이 다 시원해졌을 정도의 꾸지람.
화낼 때는 그렇게 무섭더니, 환자를 위할 땐 한없이 정겨워지는 모습도 보였다. 인공심장 수술을 앞두고 폐암 말기라는 사실이 밝혀진 신회장(주현 분) 앞에서 김사부는 "수술 성공시켜놓고 돈이나 빼 먹으려고 했더니 다 날라갔다"며 농담을 건네 신회장과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후배 앞에선 멘토였다. 수술실에서 도인범이 한 행동들을 본 김사부는 "너는 왜 그렇게 계속 화를 내고 있는거냐. 진심을 보이지 않는건지 아니면 진심을 내보이는 걸 모르는건지"라며 진심 어린 충고를 하기도 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김사부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캐릭터이다. 강동주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낭만닥터 김사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만큼 김사부를 연기하는 배우의 역량이 그 어떤 캐릭터보다 중요했다.
때문에 제작진의 선택은 탁월했다 하겠다. 워낙 연기력이야 유명했던 배우이지만 한석규는 김사부라는 캐릭터를 자신에 맞게 재단하고 자신의 몸에 맞게 딱 맞춰 입고 있는 중이다. 그가 아니면 누가 김사부를 했을까 싶을 정도.
이제 곧 시상식이 다가온다. 물론 한석규 역시 연기대상 후보에 포함될 전망. 아직 누가 수상이 유력하다고 말하기엔 섣부른 단계이긴 하지만 한석규가 연기대상을 받았을때, 이견이 없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 / trio88@osen.co.kr
[사진] '낭만닥터 김사부'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