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도, 들을거리도 풍성했다. 괜히 예능인들의 연말 축제가 아니었다. 시상자도, 수상자도, 허투로 그냥 버릴 말이 하나 없었다. '2016 MBC 연예대상'의 이야기다.
지난 29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렸던 '2016 MBC 방송연예대상'은 누가 어떤 상을 수상했느냐를 떠나서도 이야기 자체를 꼽씹어도 웃음이 터지거나, 찡한 울림이 있는 '말말말'을 모아봤다.
#황광희 "머리 기를 날 얼마 안 남았다..충성!"
황광희는 박명수와 함께 시상자로 나왔고, 박명수는 광희를 향해 자꾸만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내년이면 군대를 가게 되는 광희를 괴롭힌 것. 결국 광희 역시 이를 받아들이며 전역 후 '무한도전'을 또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며 김태호 PD를 향해 "충성"을 외쳤다. 또 "머리 기를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말로 스스로 입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찬호 "야구에서는 신인상 못탔는데, 방송에서.."
박찬호는 '진짜사나이'를 통해 버라이어티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야구에서 신인상을 못탔던 그는, 방송을 통해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라는 신인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찬호는 이를 두고 "젊어진 기분이다"라고 기뻐했다. "나크에서 본 꼬마가 '군인 아저씨'라고 하더라"라는 말을 통해 '진짜사나이'의 영향력을 전하기도 했다.
#양세형 "정준하, 소감 위해서 2달 전부터 스피치 학원"
양세형은 정준하와 시상을 위해 나왔다가, 대본에도 없는 이야기를 끄집어내 정준하를 시종 당황케 했다. 양세형은 "(대상) 확신하지죠?"라는 말을 시작으로 "수상 소감을 위해서 2달 전부터 스피치 학원을 다니셨다고 들었다", "화장실에서 발성 연습을 하시더라", "이래 놓고 (대상) 안주면 삐치실 거죠?"라는 연타 공격으로 정준하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결국 정준하는 대상을 받지 못하고, 최우수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김구라 "내 근처에만 있으면 구설을 탄다"
김구라는 스스로를 셀프 디스했다. 최근 황당한 열애설의 대상이 된 김정민은 물론, 지난해 시상식에서 레이양의 퍼포먼스 등을 직접 꺼내들었다. 이후 시상자로 오르는 상황에서 김구라는 한혜진과 거리를 뒀고, 이를 MC들이 지적하자 "제 근처에만 있으면 구설을 탄다. 이 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그럴싸한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시언 "'나혼자'를 떠나 만난 사람이 고작 슬리피"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이시언은 함께 나온 이국주를 향해 귀여운 독설을 안겼다. 이시언은 자신이 출연중인 '나혼자산다'에 출연하다가 '우리 결혼했어요'로 프로그램을 옮겨탄 이국주를 향해, "'나혼자산다'를 떠나 만난 사람이 고작 슬리피냐"라는 애정 섞인 독설로 눈길을 끌었다. 이국주는 슬리피와의 가상 결혼 생활에 흡족해하면서도 "냉장고에 있는 고기를 같이 먹어야 한다는 게.. 좀"이라며 예능인다운 입담으로 응수했다.
#하현우 "신해철 선배님께 이 상의 영광을 돌린다"
국가스텐 하현우는 '복면가왕'에서의 활약으로 가수부문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는 故 신해철을 언급, "신해철 선배님께 이 상의 영광을 돌린다"고 밝혀 모두를 숙연하게 했다. 또한 앞서 객석에서는 유재석과의 도플갱어를 인증하며 유재석의 대상을 지지해, '복면가왕' MC 김성주를 서운하게 만들기도 했다.
#윤종신 "'라디오스타' 홀대하는 거 아니냐"
윤종신은 이날 자신의 10주년 결혼기념일 임을 전하며, 지각의 이유를 아내와의 저녁식사 때문이라 전했다. 또한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는 김구라가 대상후보에 오른 것을 언급하며 "김구라 대상 2연패를 축하해주러 왔다. 그런데 앞에 PD상을 (김구라가) 받은 것 보니깐 (대상은) 안 될 거 같다. '라스'를 홀대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라며 '모래알 같은 팬들'을 덧붙여 웃음을 유발했다.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김신영 "전대미문 루머"..유세윤 "아이러니한 상황"
김신영은 라디오 우수상을 수상, "전대미문의 루머"라는 표현으로 올해 동영상 루머에 연루됐던 사실을 스스로 언급해 웃어넘겼다. 유세윤 역시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에 2년 동안 쉬다가 다시 MBC에 돌아와 상을 받은 게 너무 신기하다"는 말로 과거 음주운전 자수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박나래 "재활용 쓰레기처럼 산다"
박나래는 이날 바빴다. 오프닝에서는 DJ로 활약했고, 시상자로, 수상자로 무대에 연이어 올랐다. '나혼자산다'로 버라이어티 여자 우수상을 수상한 박나래는 소감 도중 "사람들이 요즘도 쓰레기처럼 사느냐고 묻는데 부인은 못하겠다. 그래도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재활용 쓰레기로 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gato@osen.co.kr
[사진] '2016 MBC 연예대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