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본부가 2017년을 앞두고, 올 연말 대대적인 인사로 기구 개편에 돌입했다. 예능본부의 수장을 갑작스럽게 교체한 것은 물론이고 SBS 예능에서 큰 몫을 했던 일선 CP들도 일부 된서리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지난 수 년동안 별다른 실적이 없어 내밀렸던 인사가 중용되는 깜짝쇼까지 펼쳐져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번 예능본부의 갑작스런 인사는 '런닝맨' 사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SBS는 일요일 간판 프로인 '런닝맨'의 개편을 위해 강호동을 영입하는 등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몇몇 멤버의 하차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터져나와 무산된 바 있다. 개리의 자진 하차 때부터 '런닝맨' 개편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벌어졌던 '시즌2' 준비였지만 급한 마음에 너무 서둘렀던 게 탈이 났다.
‘런닝맨’은 마지막 방송이 이제 두 달여도 남지 않았다. 7년여 간의 여정을 마치는 것이다. 이 프로는 캐릭터의 조합으로 웃음과 재미를 만들어내는 프로다. 개리가 떠난 이후 어떤 식으로건 변화를 주는 게 당연했고 제작진은 강호동 영입과 송지효-김종국 하차의 멤버 개편으로 시즌 2를 계획했다가 역풍을 맞았고 결국 모든 책임을 지고가는 셈이다.
제작진은 지난 25일 방송 말미 “그동안 있었던 일들로 큰 상처를 받은 여러분께 사과를 드린다. 앞으로 더욱 성숙해지고 노력하는 제작진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는 7년간 함께해온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자, 한결 같은 사랑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멘트일 터. 마지막 순간까지 사태 수습에 애쓴 다음 자리에 연연하지 모습을 보였다.
첫 방송 이후 국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런닝맨’은 해외에서도 포맷을 수출해갈 만큼 인기가 높았다. 유재석, 지석진, 김종국, 하하, 이광수, 개리 등 멤버 전원이 한류 스타로 거듭날 정도로 위상이 대단했다. 차츰 국내에서 인기가 시들해졌음에도 해외에서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뜨겁다. 타국 입국부터 출국까지 쉽지 않은 걸보면 말이다.
'런닝맨'이 시즌2로 돌아오든 '엑스맨' 부활의 새 프로그램으로 거듭나든 간에 '모두가 내 탓이요'라며 과오를 인정하는 자기 희생의 토대 위에서 시작하다는 사실을 SBS 예능은 명심해야되지 않을까. /mcgwire@osen.co.kr
[사진] ‘런닝맨’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