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이 하나의 대형 타임머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아니 요정들이 다시 나타났다. 원조 1세대 걸그룹인 S.E.S.가 있었기에 2000년대 소녀시대가 나올 수 있었고 트와이스가 탄생할 수 있었을 터. 엄마가 된 S.E.S.이지만 팬들의 추억과 향수 속엔 여전히 아름다운 요정들이었다.
30일 오후 8시,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S.E.S.의 데뷔 20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 'Remember, the day'가 열렸다. 1997년 데뷔해 2002년 12월 해체했고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다가 지난달 재결성한 이들은 16년 만의 콘서트로 의미를 더했다.
객석을 채운 2천 명의 팬들은 보랏빛 응원봉을 흔들며 무대 위 스타를 기다렸다. 약속한 시각, 유진 바다 슈가 무대에 올랐고 '드림스 컴 트루', '러브', '꿈을 모아서'로 오프닝을 장식했다. 순식간에 공연장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고 팬들의 '떼창'이 완성됐다.
멤버들의 소감은 특별했다. "진짜 올게 왔다. 우리가 왔다. 보랏빛 오랜만에 본다"고 인사한 세 사람은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절대 울지 않겠다고 리허설 때에도 스스로 주문을 걸었지만 보라색을 보고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 내내 팬들도 뭉클했다. '감싸안아서'를 부르는 S.E.S.를 보며 그 시절 응원법을 그대로 재현했고 '음 해피데이'로 입을 맞추며 멤버들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1998년에 발표한 '느낌'과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신곡 '캔디 레인'을 고루 즐겼다.
최연소 팬도 자리를 차지했다. 유진의 딸 로희가 아빠 기태영의 품에 안겨 엄마를 바라봤다. 슈의 쌍둥이 딸과 아들도 1층 객석에서 콘서트를 관람해 엄마 슈를 뭉클하게 했다. 특히 라희는 공연 중간 꽃다발을 엄마에게 건네 눈길을 끌었다.
신곡과 히트곡이 셋리스트를 가득 메웠다. '키스+쇼미러브', '빌리브 인 러브', '그대로부터 세상 빛은 시작되고',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오마이러브', '아임유어걸', '저스트 어 필링' 등이 쉬지 않고 흘러나와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엔딩은 신곡으로 채웠다. 내년 1월 2일에 발표되는 2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타이틀곡 '한폭의 그림'과 '벌쓰데이'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에는 정규 1집에 담아둔 '친구'로 다시 한번 눈물을 머금었다.
그 시절 S.E.S.를 사랑한 팬들이 어느새 30대 아저씨가 돼 공연장을 찾았다. 여성 팬들은 아이를 다른 가족에게 맡기고 왔다며 환호했다. 요정들은 어느새 엄마가 됐고 아이들과 남편이 보는 자리에서 노래하고 춤췄다.
해체 이후 14년간 묵혀둔 한을 다 풀어내듯 S.E.S가 콘서트에서 제대로 놀았다. 엄마가 된 요정들의 흥파티는 유쾌했다. /comet568@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