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흥국의 예능 치트키(속이다는 뜻의 치트+방법이라는 뜻의 키) 능력은 몰래카메라로도 증명됐다. 26년 전 우리나라 몰래카메라 1호였던 바. 표정이 얼굴에 바로바로 드러나는 순수한 아재이자 무례한 상황에도 유쾌하게 넘기는 예능의 신 김흥국이 11년 만에 다시 당한 몰래 카메라에 시청자들을 빵빵 터트렸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일밤-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는 김흥국을 상대로 가짜 예능프로그램 현장이 그려졌다.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의뢰인 김구라를 필두로 펼쳐진 가짜 파일럿 프로그램인 퀴즈쇼에서 김흥국이 모든 경품을 독차지하는 내용이다. 당연히 MC부터 경쟁자까지 몰래카메라를 위해 투입된 요원들. 정답이 없는 퀴즈들로 구성됐고, 오답을 맞혀도 MC들의 재량에 따라 즉석에서 정답으로 인정됐다.
처음에는 경품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김흥국이었는데, 점점 승부욕을 발휘하며 변해가는 과정이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는 표정의 변화가 얼굴에 바로바로 드러나는 순수함 때문에 더욱 확연하게 볼 수 있었던 반응이었다.
불쾌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은 모습이 안방까지 큰 웃음을 전달할 수 있게 한 큰 요인이었다. 딸 주현 양에 대해 “배우자 상이다”,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며 흑심을 품은 가짜 참가자의 말에 아버지로서 충분히 심기가 불편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동시에 상대방이 무안하지 않게 농담처럼 상황을 넘기면서 시청자들도 편히 새해 첫날부터 웃을 수 있었다.
또한 퀴즈쇼가 점차 상대팀과의 경쟁으로 번지자 크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MC들은 물론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중간 중간 터지는 김흥국 표 멘트는 역시 볼거리 중 하나. 깐족거리는 한 참가자에게 덕담을 하는 척 “절친팀은 아주 아무져요. 어른을 대하는 예의가 거의 없어요”라고 말하는 센스부터 나가라는 직설적인 말 대신에 “이따 보면 되잖아”라며 웃어보였다.
이런 김흥국의 유쾌한 바이러스에 시청자들도 몰래카메라를 즐길 수 있었다. 모든 거짓이 밝혀지는 순간에도 김흥국은 엉뚱하게 “이경규는 그런 얘기 없던데”라는 답변으로 웃음을 더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은밀하게 위대하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