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 뭣이 중헌디!"
타율로 치면 MVP감이다. 공유, 이동욱, 김고은, 유인나, 육성재가 이끄는 '도깨비'에서 삼신할매 역의 이엘과 간신 박중원 역의 김병철이 눈부신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진정한 '신 스틸러'들이 여기 있다.
6일 방송된 tvN 금토 드라마 '찬란하고 쓸쓸하신 도깨비' 11회에서 지은탁(김고은 분)은 수능 시험도 잘 보고 도깨비(공유 분)와 사랑도 무르익은 터라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차에 드디어 고등학교 졸업식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는 9살 때부터 조실부모하고 사고무탁한 까닭에 가족들에게 축하 받는 급우들이 부럽기만 했다. 바로 그 때 새빨간 슈트에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꽃다발을 안겼다. "축하해 엄마가 참 뿌듯해할 거야"라는 말과 함께.
지은탁은 옛 기억을 떠올리며 놀라워했다. 과거 이모집에서 구박 받을 때 화장실에서 난데없이 시금치 봉지를 건넨 여성이 그였기 때문. 게다가 "왜 나를 안아주냐"고 묻는 자신에게 "예뻐서. 너 점지할 때 행복했거든"이라는 답을 주니 더욱 그러했다.
마침내 지은탁은 이 여성이 과거 엄마와 자신을 돌보던 슈퍼 할머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못 알아보게 젊어진 걸 보며 그 역시 도깨비, 저승사자(이동욱 분)처럼 자신을 지켜주는 삼신할매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삼신할매는 지은탁에게 축하 인사와 함께 목화 꽃다발을 건넸다. 목화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는 지은탁을 괴롭혔던 담임 교사에게 "더 나은 스승일 수는 없었니?더 빛나는 스승일 수는 없었니?"라고 일침했다.
삼신할매의 비난에 담임 교사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이 때 삼신할매 역의 이엘은 화면 가득 클로즈업 됐고 차가운 눈빛과 말투에서 그의 카리스마는 브라운관을 뚫고 안방에 전달됐다. 새빨간 입술에서 흘러나온 모진 말은 '사이다' 그 자체였다.
그런가 하면 엔딩도 압권이었다. 저승사자는 지은탁 외의 기타누락자 한 명의 사유서를 올리지 않아 후배에게 잔소리를 듣자 "20년 전 어떤 망자랑 마주쳤는데 정보가 없었다. 저승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망자였는데 놓쳤다."고 털어놨다.
이는 바로 저승사자의 전생인 왕여(김민재 분)를 홀려 김신(공유 분)과 그의 누이이자 황후인 김선(김소현 분)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간신 박중원(김병철 분). 그가 현생에까지 떠돌고 있을 줄 시청자들은 1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결국 지은탁 앞에 나타났다. 지은탁이 아르바이트하는 써니(유인나 분)의 가게에 등장한 그는 보랏빛 입술로 사악하게 "반갑다. 네가 그 도깨비 신부구나"라고 말했다. 보라색 혓바닥을 낼름 거리기도.
'역대급' 엔딩에 안방 시청자들은 소리를 질렀다. 반전도 반전이었지만 헝클어진 머리에 여전히 간사한 눈빛, 더 사악해진 보랏빛 입술의 간신을 연기하는 김병철은 웬만한 호러 영화 속 유령보다 더 오싹한 비주얼이었기 때문.
삼신할매 역의 이엘과 간신 역의 김병철은 굵고 짧은 분량에도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극을 흥미롭게 이끌었다. 김은숙 작가의 마법은 조연 캐릭터에도 확실히 통했다. /comet568@osen.co.kr
[사진] '도깨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