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봉한 일본 애니매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스토리와 시퀀스가 신선한 것은 아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라 식상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럼에도 ‘마스터’ ‘사랑하기 때문에’ ‘여교사’ 등 한국 영화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건 여전히 순수하고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일 게다.
‘너의 이름은’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고등학생 타키와 미츠하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지 만나게 된다고,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만화를 통해 아름답게 들려준다.
도쿄에 사는 타키와 시골에 사는 미츠하는 어느 날부턴가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신기한 꿈을 꾼다. 꿈에서 깨어나면 서로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다시 꿈을 꾸는 일이 반복돼 고통스러워하는데, 알고 보니 이들의 몸이 뒤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절대 만날 리 없는 두 사람이 반드시 만나야 하는 운명이 된 것.
몸이 뒤바뀌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이들은 각자의 일상에 적응하게 되고 나중에는 서로를 찾아 가보자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믿을 수 없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남녀의 영혼이 바뀌는 소재는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 사용돼 왔다. 한국 영화 ‘체인지’(1997), 미국 영화 ‘핫칙’(2003), ‘보이걸 씽’(2006), 국내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 등이 그렇다. 이외에도 극중 남녀 캐릭터의 영혼이 바뀌는 영화는 더 많다.
이처럼 식상한 소재임에도 ‘너의 이름은’은 스쳐 지나가는 남녀의 운명적 이야기를 정교한 심리 묘사, 실사 같은 배경으로 풀어내 남녀노소는 물론 세대를 불문하고 관객들에게 큰 자극과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중심엔 사랑이 있다.
몸과 마음이 서로 바뀐 상황 속에서 소년과 소녀가 경험하는 사랑과 기적,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의 문화적 차이와 인연이 낳는 거리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압도적인 영상미와 스케일로 그려낸다. 만화지만 마치 실사처럼 역동적이다.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서정적인 선율을 더하며 평범한 고등학생의 순수한 사랑의 감성을 충실하게 담아낸 것이 인기 비결이다. 영화의 흥행은 운명의 끈으로 엮인 그 누군가를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는 바람과 염원, 연인과의 영원한 사랑을 꿈꾸게 만든 마음이 통한 덕분이다.
‘너의 이름은’은 8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개봉 4일 만에 84만9323명의 관객을 돌파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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