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가 소멸했다. 900년간 꽂혀있던 칼을 뽑아내자, 김고은의 품에서 사라졌다. 불행 중 다행일까. 이게 '도깨비'의 최종회는 아니다.
지난 13회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 이하 '도깨비')는 정말이지 제목 그대로 쓸쓸했고, 또 찬란했다. 모든 궁금증이 해소됐고, 관계가 정리됐고, 또 슬프지만 마음은 따뜻한 결말을 맞이했다.
도깨비 김신(공유)은 앞서 입맞춤으로 신부 은탁(김고은)에게 진심을 확실하게 전했고, 은탁은 소멸하는 김신 앞에서 오열했다. 전생의 죄를 씻고자 김신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요청했던 저승사자 왕여(이동욱)는 전생에서는 하지 못했던 간신 박중헌(김병철)을 처단하는데 제 몫을 했다.
900년만에 막 행복해진 도깨비가 사라지는 것도, 왕여와 써니(유인나)가 2번째 생애에서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 못하는 것도, 악귀가 된 간신을 좀 더 처참하게 찢어죽이지 못한 것도 아쉬움은 남았지만, 13회를 보는 내내, 아니 13회까지 보는 내내 그들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
결방도, 대체하는 스페셜 방송도 이해한다. 흡사 900년과 같을 기나긴 일주일도 버텨낼 의향도 있다. 오는 20일과 21일 14~16회에 담아낼 엔딩이 부디 해피엔딩이라면 말이다.
희망은 있다. 이제 분명 '도깨비'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을 게 분명하다. 이미 김신은 10년 후의 캐나다 레스토랑에서의 은탁을 마주한 바 있다. 은탁은 누군가를 향해 행복한 표정으로 "대표님"이라 불렀다.
앞서 유 회장(김성겸)은 죽으면서 의미심장한 유언을 남겼다. 김신이라는 자가 '내 것을 찾으러 왔다' 하시거든 모든 것을 드리라고. 결국 소멸한 김신이 어떤 식으로든 살아 돌아온다는 복선인 셈이니, 이제 그게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를 시청하면 되는 일이다. 지금 예측 가능한 해피엔딩은, 은탁과 마주한 이가 '대표님'이 된 도깨비 김신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전작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송중기)도 살려내 강모연(송혜교)과 해피엔딩을 안겼던 김은숙 작가다. 부디 이번에도 우리 모두를 웃고 울게 했던 '도깨비'가, 김신의 말처럼 비로, 첫눈으로 하늘에서 해피엔딩으로 내려오게 하길 바랄 뿐이다. '도깨비'의 신은, 솔직히 다른 누구도 아닌 대본을 집필한, 이미 엔딩을 뽑아놓은 '갓은숙'일테니 말이다.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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