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나 작품의 행보가 ‘이름 따라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름은 그들의 이미지를 결정짓고, 성패를 좌우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너무 억지스럽게 끼워 맞추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지만 배우 조인성은 외모는 물론 인성까지 완벽하다. 톱스타의 실제 모습이 안하무인 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말끔히 깨버렸다.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의 인터뷰를 위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조인성을 만났다. 그는 10분 일찍 카페 안으로 들어서며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의 바른 인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일정한 목적과 의도를 갖고 시작한 인터뷰에서 하하 호호 웃고 떠들기만 한다면 시간 낭비다. 날짜와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불편한 질문이라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구하는 것이, 굳이 시간을 내서 만난 기자-배우들에게도 이득이 될 터이다.
이날 ‘쌍화점’ 이후 9년 만에 ‘더 킹’으로 복귀한 조인성에게 왜 이렇게 작품 선택이 늦었나, 다음 작품은 무엇인가, 그 장면은 왜 그렇게 표현했냐는 등 여러 가지 질문이 쏟아졌는데 그는 불편해하는 기색 없이 옅은 미소를 띠며 진지한 답변을 이어나갔다.
인터뷰가 끝나자 전날(12일) 진행된 언론시사회 이후 ‘더 킹’에 대한 리뷰 기사를 쓴 기자에게 직접 다가가 “좋은 기사를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스타의 연기력과 작품성에 좋은 점수를 준 기사가 나오면 소속사 관계자들이 으레 고맙다고 인사하는 경우는 많지만, 조인성처럼 직접 기자를 찾아가 인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조인성은 또 이날의 인터뷰 자리를 준비한 홍보사 및 소속사 직원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응원을 보태기도 했다. 데뷔한 지 20년 가까이 된 조인성은 여전히 꾸밈없이 솔직했다. 그를 관찰하다 보면 알 수 있는 점은 잘생긴 외모로 여심을 흔든다는 점, 훌륭한 연기력을 갖췄다는 점, 그리고 기대보다 훨씬 더 착한 남자라는 점이다.
1998년 모델로 데뷔해 드라마 ‘학교3’(2000)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뒤 ‘피아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2004년 방송된 ‘발리에서 생긴 일’을 거치며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들었고, 영화 ‘비열한 거리’(2006)에서 열연을 펼쳐 충무로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군 제대 후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조인성은 활동 기간에 비해 작품수가 많진 않지만 스타로서의 경력, 운명처럼 시작된 배우의 길, 익숙하지만 어려운 자리에서 여전히 자신을 탐구하며 답을 구하고 있다. 작은 배역이라도 좋은 작품이라면 출연하겠다는 이 남자는 장기전을 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의 법칙을 말하고 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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