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수' 제작진은 도대체 차인표와 라미란에게,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일까.
차인표가 오랜만에 배우로서 TV에 돌아왔고, 대세인 라미란과 극중 부부로서의 호흡을 맞췄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초중반은 언제나 이 두 사람 배삼도(차인표 분)와 복선녀(라미란), '선녀통닭' 부부가 화제의 중심이었다. 동진(이동건)과 연실(조윤희), 태양(현우)과 효원(이세영)이 자리를 제대로 잡기 전, '월계수'를 짊어지고 앞으로 걸었던 이들은 삼도와 선녀였다.
주어진 분량과 무관하게 지지고 볶는 두사람의 부부史는 현실의 그것과 꽤 닮아있는 듯 했고, 방송을 전후해 많은 이의 공감을 샀었다. 가끔 현실을 다소 벗어난 코믹한 설정들은, 팍팍한 현실에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랬던 삼도와 선녀가 완전히 돌변했다. 보는 이를 내내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들을 쏟아내는, '월계수'의 고구마 부부로 전락했다. 선녀는 병원 진단결과를 제대로 받지도 않고, 자신을 말기암으로 확정짓더니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을 연발했다. 불같이 화를 냈다가, 다음날 5만원의 용돈을 삼도에게 쥐어주기도 했다.
남편의 첫사랑 오영은(최지나)의 머리채를 세차게 잡아챈 사건 이후, 영은 모자를 자신들의 저녁식사에 초대했던 지난 14일 방송 장면은 더 심했다. '아이가 삼도씨를 닮았다', '셋이 잘 어울린다'라는 이야기를 늘어놓더니, 눈물을 쏟았다. 본인은 '괜찮다'고 했지만, 아이를 포함한 앞에 앉아있는 이들까지도 괜찮을리가 없었다.
삼도는 선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어느 순간부터 눈과 귀를 닫고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답답한 캐릭터가 됐다. 초반에 보여줬던 애처가 캐릭터가 극중 삼도의 연기였는지, 아니면 첫사랑의 등장이 억제됐던 본성을 뱉어내게 만들었는지, 드라마를 몇 번씩 돌려봐도 알아낼 방도가 없으니 답답하다.
삼도와 선녀가 보여주는 스토리의 뒤엉킴과 방향을 잃어버린 개연성은, 높은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들고 웃어야할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드라마를 쌍끌이했던 차인표X라미란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어쩌면 '내가 이러려고 여기에 출연했나'라는 자괴감에 휩싸이고 있는 것은 두 배우 차인표와 라미란인 것은 아닐까. / gato@osen.co.kr
[사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