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안방극장을 달군 ‘시그널’ 이후 1년 만에 본격 웰 메이드 장르드라마 ‘보이스’가 우리 곁을 찾아왔다.
소리추격 스릴러 ‘보이스’는 범죄 현장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112 신고센터 대원들의 치열한 기록을 담은 수사물이다. 배우 장혁과 이하나가 출연해 두 사람의 연기 호흡에 높은 관심이 쏟아졌다.
14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 OCN 드라마 ‘보이스’(극본 마진원, 연출 김홍선) 1회에서 소리를 보는 프로파일러 강권주(이하나 분)와 그 소리를 쫓는 지구대 경사 무진혁(장혁 분)의 활약이 몰입도를 높였다.
두 사람은 3년 전 발생한 ‘은형동 경찰 부인 살인 사건’ 때문에 사이가 좋진 않다. 당시 진혁의 아내 허지혜(오연아 분)가 괴한에게 성폭행 당한 뒤 둔기에 맞아 사망했는데, 이 사고를 접수받았던 권주가 용의자를 처벌하는 재판에서 “사건 당일 제가 들은 목소리와 용의자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증언해 용의자가 무죄로 풀려나고 말았다.
강력계 형사로서 잘 나가던 진혁은 그녀의 증언에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오해했고, 아내의 사망에 큰 충격과 죄책감을 느껴 피폐한 삶을 살게 됐다. 사실 권주에게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미세한 소리까지 구분해 들을 수 있었고, 그녀의 증언은 거짓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지구대 경사로 강등된 진혁은 남몰래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아다니던 중 112 신고센터장으로 복귀한 권주를 만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를 오해해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던 중 3년 전의 그 사건처럼 목숨에 위협을 받고 있는 여자의 다급한 전화가 접수됐고, 진혁은 아내를 떠올리며 신고자를 살리기 위해 권주와 의기투합하게 됐다.
‘시그널’은 수사물은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방송가의 편견을 깨고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모두 높은 인기를 끌며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다.
‘보이스’가 ‘시그널’ 같은 성공을 위해선 진혁과 권주의 로맨스로 변질돼선 안 될 것 같다. 멜로가 아니고서야 주요 인물의 사랑은 재미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물론 ‘시그널’이 조진웅과 김혜수의 러브 라인을 더하긴 했지만 머리 아픈 미제 사건 사이에서 약간의 조미료를 뿌린 것이었다.
‘보이스’가 ‘시그널’의 왕좌를 물려받을 장르드라마가 될지, 그저 그런 작품으로 막을 내릴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제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향보에도 기대가 쏠린다./ purplish@osen.co.kr
[사진] '보이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