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가 케이블 드라마 역사를 새롭게 다시 썼다.
케이블은 이미 오래전 지상파의 파이를 빼앗아 올 만큼의 성장을 이뤘다. 플랫폼이 가진 태생적 한계에도 지상파와 차별화된 콘텐츠와 퀄리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며, 안방극장 시청층을 대규모로 이동시키는데 성공한 것. tvN은 단연 이들의 선두였다.
당장 지난해를 살펴봐도 그렇다. 연초에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을 시작으로 '시그널', '또 오해영' 등 굵직한 작품들이 연이어 쏟아지며 시청자의 시선을 지상파가 아닌 tvN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시청률은 10%를 훌쩍 넘겨 20%에 근접했을 정도다. 3사 경쟁에서 패한 일부 지상파 드라마의 경우 2~3%대로 시청률이 곤두박질 치는 경우를 떠올리면, 이는 분명 엄청난 성장이고, 약진이다.
'응답하라 1988', '시그널'의 바통은, 2017년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 이하 '도깨비')가 제대로 넘겨받았다. 이미 지난해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제작진의 차기작이라는 사실만으로 기대는 상당했다. 높아질대로 높아진 기대는, 본방송 이후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도깨비' 신드롬이 만들어진 것.
치솟은 인기는 고공행진이 거듭됐다. 배우 공유와 이동욱, 김고은과 유인나, 그리고 육성재 등은 자신들의 인생작을 새롭게 갈이치웠고, 인생캐릭터도 교체했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 '도깨비'를 주목했고, 이는 곧바로 시청률의 수직상승으로 입증됐다.
드라마 OST도 연일 화제였다.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는 발매 2주일이 훌쩍 넘어서도 음원차트 1위 자리를 꿰차고 있음은 물론이요, 마지막으로 발매된 OST 헤이즈X한수지 '라운드 앤 라운드' 역시 다수의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전 발매된 대다수의 '도깨비' OST들도 음원차트 1위나 최상위권에 이름을 줄줄이 올리며 뜨거운 반응을 확인시켰다.
대중을 매료시킨 신드롬적 인기,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진 시청률, OST의 음원차트 올킬. 이같은 결과물은 이미 '응답하라' 시리즈나, '시그널' 등 tvN 화제작에서 이뤄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도깨비'의 흥행은 분명하게 눈여겨볼 대목이 존재한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KBS 예능국의 품을 떠나 tvN으로 자리를 옮겨온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에 의해 탄생해, 기존 드라마와는 궤를 달리한 독특함이 확실한 차별화를 생성했다. 또한 '시그널'의 경우에도, 그간 OCN 등을 통해 다년간 쌓인 CJ E&M만의 장르물 노하우가 tvN에서 꽃을 피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도깨비'는 좀 다르다. 판타지라는 요소가 접목됐으나, 기본적으로는 지상파에서 보여주던 '김은숙표 로코'의 연장선상이기 때문. 간단히 말하자면 기존 흥행처럼 케이블만의 유니크함이 아닌, 지상파와 동일선상에서 직접 경쟁에서 성공을 거둔 케이스라는 사실이다. 이는 향후 tvN이 다방면에서 지상파 드라마를 더욱 옥죌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결과다.
'도깨비'는 그렇게 tvN 케이블 드라마의 역사를 다시 쓴 작품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한편, '도깨비'는 총 16회 분량을 지난 21일 방송으로 매듭지었다. 여전히 도깨비로 남은 김신(공유 분)은 인간의 두 번째 생으로 환생한 지은탁(김고은)을 캐나다에서 재회했고, 죗값을 치른 후 인간으로 환생해 강력계 형사가 된 저승사자 왕여(이동욱)는 여배우로 환생한 김선(유인나)과 그야말로 LTE급 속도로 연인이 됐다. '환생'이라는 특별 장치는, 누군가의 죽음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는 마법을 발휘했다. '도깨비'의 후속작은 신민아X이제훈 주연의 '내일 그대와'로, 오는 2월 3일 첫방송 예정이다. / gato@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