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증에 납치까지, 주말 가족끼리 단란하게 TV 앞에 모여 볼 가족극에서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가 아닐까 싶다.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극본 구현숙 연출 황인혁)에서는 실어증에 걸리는 고은숙(박준금 분)과 납치를 당하는 나연실(조윤희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특히 최근까지 복선녀(라미란 분)의 병을 가지고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했던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실어증과 납치라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또 들고 나와 눈길을 끈 것.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무엇보다 '주말 가족극'을 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가족들 사이에선 벌어지기 힘든, 벌어지기 드문 실어증과 납치를 선택했다는 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고은숙의 실어증은 강태양(현우 분)과 최지연(차주영 분)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은숙은 강태양과 민효원에게 헤어지라 말했고 두 사람은 절대 그럴 수 없다며 끝끝내 서로를 선택했다.
효원은 "집을 나가면 나갔지 헤어지지 않을거다. 내가 엄마 딸 안하고 오빠 동생 안하면 다 해결되는 문제 아니냐"는 말을 해 은숙을 충격케 했다. 이 말을 들은 은숙은 '억' 소리와 함께 쓰러지며 실어증에 걸리고 말았다.
연실의 납치는 모두가 예상했듯, 홍기표(지승현 분)의 짓이었다. 출소한 그는 몰래 나연실과 이동진(이동건 분)의 뒤를 밟았고 결혼 방해를 예고했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 마침 나연실의 주위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홍기표는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연실을 납치하고 말았다.
물론, 드라마가 우리네 사는 현실을 그대로 담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드라마에는 갈등이 있어야 하고 '기승전결'이라는 구성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갈등이, '가족극'이라는 이름 하에선 개연성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와야 한다. 또한 편안함으로 다가와야 한다. 왜냐면 가족극이기 때문이다.
고은숙의 실어증은 뜬금없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며느리와 예비 사위가 과거 사귀었던 사이라는 게 은숙에겐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겠으나, 말을 잃을 정도의 충격인건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그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강태양의 진심을 확인하는 고은숙의 모습을 공들여 그려오지 않았던가.
홍기표의 납치는 어느정도 예상은 됐지만 예상대로 진행되는 것에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그것도 결혼식 당일이다. 이미 나연실은 결혼식 당일 파국을 맞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그런 나연실이 또 한 번 아픔을 맛봐야 한다는 건 가족극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종영까지 그리 많이 남지는 않은 상황. 과연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이같은 막장(?)의 요소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이목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 trio88@osen.co.kr
[사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