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이 가장 기대가 되는 이유는 바로 지성과 엄기준의 소름돋는 연기 대결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껏 많이 봐왔던 설정이라 어떤 부분에서는 뻔하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이 이를 제대로 잊게 한다.
'피고인'은 딸과 아내를 죽인 살인자 누명을 쓴 검사 박정우(지성 분)가 잃어버린 4개월의 시간을 기억해내기 위해 써내려가는 처절한 투쟁 일지이자, 세상 모두를 속인 충격적인 악인 차민호(엄기준 분)를 상대로 벌이는 강렬한 복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사실 '피고인'은 안하무린 재벌남과 검사의 대립, 기억상실, 출생의 비밀,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살인자 등 지금껏 많이 봐왔던 소재들의 총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찌보면 뻔해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첫 방송부터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얻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14.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얻을 수 있었던 건 흡입력을 높여준 배우들의 호연과 궁금증을 유발하는 연출 방식 덕분이라는 반응이 대대수다. 특히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 대결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마력이 있다.
지난 해 방송된 '딴따라' 이후 약 6개월 여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게 된 지성은 검사에서 살인자가 되는 극한의 상황을 연기하기 위해 체중 감량은 물론 평소에도 그 감정선을 유지하며 오롯이 박정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같은 지성의 노력은 첫방송부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제대로 높이는 역할을 해냈다. 아내와 딸을 너무나 사랑하는 반듯하고 패기 넘치는 검사에서 하루 아침에 모든 기억을 잃고 살인자가 된 한 남자의 처절한 감정을 너무나 현실감 있게 연기해낸 것.
여기에 엄기준이 차선호와 차민호 쌍둥이 형제를 기가 막히게 연기해내 힘을 보탰다. 1인 2역은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연기보다 어렵다고 여겨지는데, 엄기준은 표정과 눈빛, 말투 등 섬세한 표현력으로 차별점을 뒀고, 이는 곧 시청자들이 오롯이 극에 빠져들 수 있게 하는 이유가 됐다.
특히 자신이 살고자 형을 죽이기로 결심한 차선호가 내뱉는 소름돋는 말은 물론이고 베란다에 매달린 형을 내버려 두고 바들바들 떠는 모습, 형 앞에서 오열하는 이중적인 모습 등은 지금껏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악인과 선인을 오가며 맹활약했던 엄기준의 탄탄한 연기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parkjy@osen.co.kr
[사진] '피고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