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첫 방송부터 강했다. 기억을 잃은 채 가족을 살해한 살인자라 불리는 지성과 형까지 죽이고 소름 끼치게 웃는 엄기준, 그리고 지성과 엄기준의 진실공방까지, ‘美친 드라마’라고 해도 될 정도다.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조영광 정동윤)은 지난 23일 강렬한 첫 방송을 선보였다.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대결을 ‘보는 맛’이 상당했고,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 등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요소들이 가득했다.
‘피고인’은 딸과 아내를 죽인 살인자 누명을 쓴 검사 박정우(지성 분)가 잃어버린 4개월의 시간을 기억해내기 위해 써 내려 가는 처절한 투쟁 일지이자, 세상 모두를 속인 충격적인 악인 차민호(엄기준 분)를 상대로 벌이는 강렬한 복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방송 후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SBS 연기대상을 얘기할 정도로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가 대단했다는 반응이다. 지성은 극 중 강력사건 전담부서인 서울 중앙지검 강력부의 에이스 검사 박정우 역을, 엄기준은 법 없이도 살 선량한 형 차선호와 무자비한 악행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동생 차민호 역을 맡았다.
첫 방송부터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대결은 놀라웠다. 엄기준을 잡으려는 지성과 그런 지성을 어떻게는 짓밟으려는 엄기준의 극과 극 선악연기가 그랬다.
지성은 돈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검사인 박정우를 특유의 날카롭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줬고, 가족을 죽인 살인자로 몰려 감옥에 갇힌 채 폐인이 되가는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했다.
또한 독방에 갇힌 후 자신이 아내와 딸을 죽였다는 걸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다 갑자기 오열하는 등 롤러코스터 같은 박정우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입체적으로 표현하면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엄기준도 마찬가지. ‘피고인’에서 1인 2역을 맡은 엄기준은 1인 2역인만큼 다른 색깔의 두 캐릭터를 다르게 표현해야 하는데, 이 또한 탁월하게 소화했다. 매너 있고 선량한 차선호를 연기할 때는 부드러운 눈빛을, 사이코패스 같은 차민호를 연기할 때는 소름 끼치는 눈빛을 선보였다.
두 사람의 연기뿐 아니라 ‘피고인’의 스릴감 넘치는 스토리도 재미 포인트다. 차민호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형을 죽여 자살로 위장시켰는데, 박정우는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형으로 변신한 차민호를 의심하면서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펼쳐져 이 둘의 얘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kangsj@osen.co.kr
[사진] SBS ‘피고인’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