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김주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그렇지 않은 역할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영민한 배우이다. 변신을 추구하면서도 자신의 색깔과 성향에 맞는 역할을 맡아야한다는 연기 철학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껏 모든 작품 속 캐릭터가 김주혁인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과장되거나 도드라져 보인 적이 없었다. ‘좋아해줘’에서는 어딘가에 있을 법한 노총각으로, ‘응답하라 1988’에서는 카메오였음에도 어른 최택으로서 적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했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결혼하고 싶은 남자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무신’ ‘떼루아’ ‘프라하의 연인’ ‘카이스트’, 영화 ‘비밀은 없다’ ‘뷰티 인사이드’ ‘나의 절친 악당들’ ‘커플즈’ ‘광식이 동생 광태’ ‘싱글즈’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어렸을 때나 신인 때는 너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생각을 많이 해서 그 상황에 빠지려고 했다. 다양한 감정의 느낌이 안 나니까 인상을 쓰고 오버를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서 그 감정을 알게 됐다. 그렇다고 안주하진 않는다. 그렇게 되면 그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번 작품에서도 김주혁만의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1박 2일’에서 보여준 허당기는 없지만, 그동안 액션을 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한바탕 잘 놀았다. 악인으로서 현빈과의 팽팽한 대립으로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안겼다. 더욱이 인간적인 김주혁의 개성이 묻어나 매력이 철철 넘쳤다.
“사실 저는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차기성은 악한 게 아니라 강직한 사람이다. 극에 그려지진 않았지만 차기성은 나라에 배신을 당하고 부인까지 잃었다. 그런 감정들을 염두하며 연기했다. 그러니 인물이 더 잘 살았던 것 같다.”
김주혁은 ‘공조’를 위해 과감하게 ‘1박2일’에서 하차했지만, 2년 여간 예능을 하면서 연기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정확히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1박2일’을 하면서 연기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어떤 배우가 예능을 한다고 하면 흔쾌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예능은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리고 내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어떻게 행동하는지 화면으로 볼 기회가 있다. ‘1박2일’을 하면서 연기적으로도 도움을 받았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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