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프로 중 골프장 코스관리하는 주인공은?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01.24 10: 44

지난 20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 대설 주의보가 발효됐다.
 
KPGA 프로(준회원) 박대명(34)은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골프장으로 향했다. 밤새 내린 눈으로 인해 코스가 ‘설국’ 으로 변한 탓에 옷깃을 여미며 티잉 그라운드로 향했다. 골프채가 아닌 제설 도구를 들고 말이다.

 
“인천 지역에 8cm가 넘는 눈이 내렸어요. 주말이라 라운드 예약이 꽉 찼는데 큰일났습니다. 코스 내 제설은 잔디에 손상을 입히면 안되기 때문에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해요.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눈이 많이 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주말 내내 작업해야 합니다.”
 
지난해 KPGA 프로 자격을 취득한 박대명은 인천시 중구에 위치한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의 코스관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 군에서 막 전역한 24살의 청년 박대명은 골프장의 코스관리 직원을 선발한다는 채용 공고를 우연히 접했다. 대학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한 그는 체육 선생님을 꿈꿨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진로에 대해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골프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안고 있던 박대명은 골프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설렘을 안고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는 그렇게 경기 고양시에 있는 올림픽컨트리클럽에서 코스관리 일을 시작하게 됐다.
 
2012년 현재 근무하고 있는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로 자리를 옮긴 박대명은 이후에도 줄곧 코스관리 업무를 지속해 나갔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던 그는 어느 순간 새로운 목표를 가슴 속에 품기 시작했다.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는 KPGA 챌린지투어(2부투어)와 KPGA 프론티어투어(3부투어)의 예선전과 본선전을 비롯해 KPGA 코리안투어 등 여러 대회들이 펼쳐졌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눈 앞에서 지켜보게 된 박대명은 그들처럼 골프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대회를 계속 보다 보면서 ‘나도 저들처럼 골프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꿈이 생겼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저는 그 전까지 골프를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2015년, 어느덧 코스관리 일을 해온 지 8년이 됐고 32살이 된 박대명은 골프채를 처음 손에 잡게 됐다. 골프 이론이 담긴 책과 영상 등을 통해 독학으로 시작한 그의 첫 번째 목표는 KPGA 프로가 되는 것이었다.
 
이전까지 골프를 배워 본 적이 없었던 그가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온종일 연습을 해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낮에는 잔디를 깎으며 코스를 정비하는 일에 매진했고 해가 지면 클럽을 들고 연습장으로 향했다.
 
박대명은 “혹여 ‘연습 하느라 코스 관리에 소홀하다’라는 소리를 들을까 항상 1시간 먼저 출근해 코스를 관리했다” 고 회고했다.
 
새벽 4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업무가 끝난 후에야 박대명은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연습 그린에서 퍼트 연습을 시작으로 코스 예약이 없는 날에는 경기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이것 저것 배우기 위해 18홀을 돌며 라운드를 하기도 했다. 주변에 있는 연습장을 찾아가 원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했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골프를 처음 시작한 저로서는 오로지 연습에 집중해야 하는데 일까지 하다 보니 그럴 수가 없었어요. 하루에 3시간 정도 잠을 자고 업무와 연습을 병행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KPGA 프로’ 라는 꿈이 간절했던 만큼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골프만 바라보고 골프만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그때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못 돌아 갈 것 같아요.”
 
박대명은 2016년 KPGA 2차 프로 선발전에 응시했다. 그가 골프채를 손에 쥔 이후 첫 번째 테스트 응시였다.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클래식코스에서 예선을 치르기로 한 그는 떨릴 법도 했으나 2라운드 합계 5오버파 149타를 기록해 25명에게 주어지는 본선 티켓을 22번째로 통과했다.
 
이어 군산컨트리클럽 부안, 남원코스에서 진행된 본선전에서도 2라운드 합계 3오버파 147타로 공동 19위에 올라 박대명이 속한 ‘B조’ 선수 중 45명에게 주어지는 KPGA 프로 자격증을 기분 좋게 손에 넣었다.
 
“예선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생애 첫 시합이기도 했고 제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 열렸기 때문이에요. 매일 코스를 돌며 관리했던 만큼 코스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합에 나가보니 제가 그 동안 알고 있던 코스가 아니었어요. 너무 긴장해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정신 차리자’라고 되뇌었던 기억이 나요. 경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습 라운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어요.”
 
프로가 된 이후에도 박대명은 코스 관리 업무를 그만두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책임감이 생겼다고 한다. 그의 새로운 목표는 ‘KPGA 투어프로(정회원) 획득’ 이기도 하지만 코스 관리 또한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넓은 코스를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돈된 코스를 바라보면 가슴이 확 트이면서 보람을 느껴요. 더군다나 이제는 ‘KPGA 프로의 손길을 거친 코스’ 라는 자부심이 생겼지요. KPGA 프로가 직접 관리하는 코스인 만큼 최고의 코스가 될 수 있도록 전보다 더욱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투어프로에도 도전해 꼭 KPGA 코리안투어 무대에서 뛰고 싶지만 서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코스관리 또한 저에게 중요한 존재이자 목표거든요.”
 
그렇다면 박대명이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
 
코스 관리와 선수 생활을 넘어 골프학 공부 그리고 골프장 경영까지 골프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경험하고 섭렵하는 것이다. 박대명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꿈을 갖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그의 좌우명인 ‘기회는 꿈이 있는 자에게, 준비하는 자에게, 도전하는 자에게 주어진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그의 아름답고 행복한 도전은 아직 진행 중이다./dolyng@osen.co.kr
[사진] K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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