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을 통해 1인2역을 소화한 엄기준의 연기력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구형을 받은 한 남자의 위태로운 눈빛과 소름 돋는 표정과 말투가 설득력 있는 싸이코패스 드라마로 승화시켰다.
엄기준은 SBS 새 월화드라마 ‘피고인’(극본 최수진, 연출 조영광)에서 차명그룹의 철두철미한 CEO 차선호, 술주정뱅이 한량 차민호라는 쌍둥이 형제 역을 맡아 1인 2역을 펼쳤다. 깔끔하고 스마트한 형과 술과 여자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는 동생의 상반된 모습을 리얼하게 살렸다.
23일 방송된 첫 회에서 민호는 술집에서 만난 한 여자를 자신의 별장으로 불러들여 술김에 살해하려 했다. 검사 박정우(지성 분)는 민호를 범인으로 100% 확신하고 소환했지만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와중에 살인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흉기를 확보하고 수사에 속도를 냈다. 검찰은 차 민호 부사장을 출국금지 시키고 그가 머무는 호텔로 체포하러 갔는데, 그 사이 형 선호가 민호에게 자수를 권유했다.
교도소에 가고 싶지 않았던 민호는 선호를 죽이고, 마치 자신이 죄를 반성해 자살한 것처럼 일을 꾸몄다. 형을 없애고 자신이 선호의 삶을 살기로 한 것. 그런 가운데 박정우가 아내와 딸을 죽였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교도소에 갇힌 모습이 그려져 전개에 관심을 높였다.
엄기준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선량한 사람과 잔인한 살인자의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선과 악을 극명하게 나누어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는 연기적 힘을 지녔기에 보는 시청자들이 극에 동화될 수 있게 만들었다.
평범한 남자부터 살인자 같은 센 역할까지 모두 소화해내는 엄기준의 능력이 대단하다. 무거운 살인자 역할인 데다 긴장감을 확 끌어올려야 하는 장면이 많은데, 앞으로 그가 그런 부분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궁금하다./ purplish@osen.co.kr
[사진] '피고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