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강동주(유연석 분)가 김사부(한석규 분)에게 질문을 던졌다.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 김사부는 이렇게 답했다.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의사다.”
배우 유연석은 지난해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 박수진)를 통해 극중 김사부에게 던졌던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 바로 좋은 배우냐, 최고의 배우냐, 시청자 혹은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작품에 필요한 배우냐.
‘낭만닥터 김사부’는 무려 최고시청률 27.6%(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사랑의 요인에는 이처럼 많은 질문을 던지고 다시금 인생과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기 때문. 작품에 참여한 연기자들 역시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저에게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았을까요. ‘응답하라 1994’는 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고, 이번 작품에서는 저에게 이런 모습도 있고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보여드린 것 같아서 또 다른 의미의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해요. 또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살아가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고, 저 역시 작품을 하면서도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높은 시청률에 대해서는 선배 한석규에 대한 공을 돌렸다. 영화 ‘상의원’에서 한 차례 만났던 이 선후배의 호흡은 두 번째 만남답게 만날 때마다 스파크가 튀었다. 농담처럼 던진 말고 이제는 척척 알아듣는 사이다. 유연석에게 한석규는 대선배이긴 하지만 귀여운 모습이 많은 다정하고 관심 많은 선배라는 답변. 영역을 떠나 모든 ‘후배’들이 좋아할 만한 진정한 ‘선배’가 아닌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엔 한석규 선배님의 공이 굉장히 크셨죠. 넘치지 않게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20원어치만 연기하자고. 하하. 선배님은 20원어치만 하실 테니, 전 50원어치만 해보라고 우스갯소리로 하셨는데 무슨 말인지 딱 알겠더라고요.”
유연석은 극중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금수저처럼 살고 싶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천재 외과의사 강동주 역을 맡았다. 외과의로서 천재성을 드러내는 모습부터 선배 윤서정(서현진 분)과의 멜로, 스승 김사부와의 브로맨스까지 다양한 얼굴로 사랑받은 바. tvN ‘응답하라 1994’ 칠봉이를 위협할 만한 유연석의 인생캐릭터 중 하나로 등극했다.
“새로운 인생캐릭터 경신이요? 하하. 대중에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캐릭터를 또 하나 얻지 않았을까요.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가 인간 유연석은 아니기 때문에 제가 바뀌고 변화했다기 보다는 또 하나의 사랑을 받은 캐릭터를 얻게 돼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6일까지 시청자들이 유연석이 연기한 강동주를 날씨와 무색하게 뜨겁게 사랑했던 이유는 그의 대사에서 터지는 카타르시스 때문이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대변하는 인물이었기 때문. 동주를 현실적으로 그려 안방극장에 전달한 유연석에게는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힘이 꿈틀거렸다. 보다 답을 찾은 확신에 찬 눈빛이었다.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쉰 날이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이번 작품에 들어가기 전 4~5개월 정도 휴식을 가진 적이 있는데 많은 생각을 했어요. 성적이 물론 부족한 적이 있었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이 연기자가 꿈이었고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갑자기 쉬는 시간이 몇 달 생기니까 그런 질문을 하게 되더라고요. ‘네가 진짜 연기를 좋아하는 게 맞느냐’였어요. 성적이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아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저에게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내린 답은 정말 연기라는 일을 좋아하고 있다는 거예요. 오히려 쉬는 기간 동안 연기에 대한 갈증을 많이 느꼈어요. 작품을 끝내고 나니까 제가 정말 이 일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됐죠.”
그렇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졌던 질문이다. 과연 스스로는 어떤 배우인지에 관한 물음. 이 대답은 그가 앞으로 걸어갈 지향점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터뷰 내내 그는 자신의 답변에 한 번도 망설임 없이 시원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았을까.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좋을 때도 있을 거고 지금처럼 정말 많은 사랑을 받을 때도 있겠지만, 아닐 때도 있을 거예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일을 내가 좋아하고 있고 이 일에 대한 의미를 느끼고 있다는 거죠. 앞으로는 성적과 관련한 걱정이 좀 덜어진 것 같아요.” / besodam@osen.co.kr
[사진] 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