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Pokemon GO)'가 한국에 상륙했다.
나이언틱은 24일 오전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포켓몬고의 한국 진출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나이언틱의 한국계 디자이너 데니스 황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 "포켓몬고는 오늘 아침부터 시작됐다"고 한국 론칭을 선언하면서 "우리로서는 땀과 노력으로 이뤄진 일이다. 그만큼 더 뜻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런데 이날 간담회의 쟁점은 포켓몬고 게임 자체보다는 포켓몬고에 쓰인 한국 지도 데이터에 있었다. 데니스 황이 여러 차례 "지도와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지만 기자들은 계속 지도 데이터의 출처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단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포켓몬고 게임 자체에 대한 흥미가 높지 않았다. 포켓몬고는 이미 지난해 7월 출시돼 6개월이 지난 게임이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됐을 때는 서버가 몇차례 다운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물론 포켓몬고에 대한 국내 게이머들의 관심은 이날도 뜨거웠다. 출시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포켓몬고는 각종 포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말로만 듣던 포켓몬고를 깔아보면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해 하는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보였다.
그러나 사실상 아시아에서는 중국, 인도, 한국 정도만이 미출시국이었을 정도로, 포켓몬고는 이제 알려질대로 알려져 크게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없었다. 특히 대부분의 마니아층은 이미 포켓몬이 출몰했던 속초, 양양, 고성 등 일부 강원지역을 섭렵했고 외국에서도 포켓몬고를 접해봤다.
포켓몬고 자체에 대한 관심이 예전같지 않으면서 구글과의 지도 반출 논쟁이 다시 부상했다.
포켓몬고가 한국에 서비스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구글의 지도 반출 때문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나이언틱은 구글에서 독립했지만 여전히 구글의 입김이 작용한다. 따라서 지난해 한국 지도 반출 여부를 놓고 정부와 구글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논쟁 사이에 포켓몬고 게임의 출시 여부도 함께 묶여 있었다.
이날 데니스 황은 한국의 포켓몬고 지도 서비스에 대해 "공공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데이터 소스를 이용하고 있다. 여러 데이터 소스를 포함했다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 "구글맵과의 차이는 자세히 말할 것이 없고 한국의 여러 특징을 고려해서 준비했다"고 밝혔다.
데니스 황의 이 발언은 포켓몬고의 출시와 한국 지도의 반출과는 크게 상관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임 론칭이 구글이 계속 요구한 5000:1 축척 지도 데이터와 상관이 이뤄질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미뤄진 이유가 다시 궁금해진 것이다.
데니스 황은 포켓몬고 출시가 늦어진 것에 대해 "아이언틱이 구글에서 나온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굉장히 인원수가 작은 벤처회사"라면서 "포켓몬고 인기를 우리도 예측하지 못할 만큼 사용자들의 열정과 관심이 많아 숨돌리는데 시간 많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특히 데니스 황은 "번역과 서비스 등 한국화에 시간 많이 걸린 것이 사실이다. 포켓몬고는 영어,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어로 서비스되고 이번에 한글이 추가됐다.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또 논란이 된 군사기밀 데이터에 대해서도 "군사기밀 데이터 분석하고 필터링 하도록 노력한 상태다. 앞으로 문제되는 사례가 있으면 빨리 고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링크를 제공하고 있다.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앱 기능을 개조했다"고 설명했다.
데니스 황은 지도와 관련해 수차례 질문을 받았지만 "알려줄 것이 없다. 추후 구글측과 논의해 지도 부분에 대해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특정 업체를 만났느냐는 질문에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게임 자체보다는 논쟁거리가 더 부각될 수밖에 없었던 포켓몬고 출시 간담회였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