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계에 언제부턴가 로맨스, 멜로 영화 제작을 기피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범죄, 액션, 스릴러 등 막대한 흥행수입을 올릴 수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에만 매달려왔기 때문에 순수하게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 수가 줄어든 것이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많은 수의 국내 관객들이 로맨스 장르를 찾지 않는다는 이유를 대겠지만 여전히 로맨스 장르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많다는 사실은 미국 영화 ‘라라랜드’와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로 입증됐다. 두 영화는 최근 로맨스 영화가 부재한 극장가에 해당 수요층을 흡수했다.
지난달 7일 개봉한 ‘라라랜드’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의 사랑을 그린 뮤직 로맨스다. 음악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고 사랑과 꿈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로 입소문을 탔고 결과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25일 기준·이하 동일) ‘라라랜드’는 303만 9063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한 달 이상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정통 재즈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자신만의 재즈클럽을 차리겠다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바스찬,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미아가 계속되는 실패에 좌절하지만 다시 일어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을 안긴다. 특히 열정을 가득 안고 함께 꿈을 좇으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커플들의 이야기가 중심축으로서 재미를 안긴다.
313만 3902명의 관객을 동원한 ‘너의 이름은’ 역시 재관람 열풍을 일으키며 한국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남자와 여자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설정은 식상하지만 그 이야기를 신선하게 풀어나가 몰입도를 높인다.
아름다운 색체로 그려진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정교한 배경 묘사, 섬세한 대사로 풀어내 국내외를 불문하고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운명과 인연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아름답게 펼쳐진다. ‘너의 이름은’을 보고 나면 왠지 인생의 봄날이 찾아오고 어디서든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서정적인 선율로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순수한 사랑을 충실하게 담아낸 것이 인기 비결이다. CG로 살린 압도적인 영상미 덕분에 만화지만 마치 실사처럼 역동적이다.
물론 국내에도 명작으로 꼽히는 로맨스 영화가 다수 존재한다. 모니터 너머의 남녀가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통신을 하고 음악을 통해 교감하는 ‘접속’, 다른 시대에 사는 남녀가 2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편지를 주고받으며 호감을 키워나가는 ‘시월애’와 사랑과 연애의 지침서로 꼽히는 ‘미술관 옆 동물원’ ‘8월의 크리스마스’ ‘엽기적인 그녀’ ‘번지점프를 하다’ 등은 따뜻한 감성과 로맨틱한 순간을 담아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샀다. 하지만 이 모두 다시 보고 싶은 한국영화로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안긴다./ purplish@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 및스틸이미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