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연석이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끝내면서 짧지만 경쟁구도를 펼쳤던 KBS 2TV ‘화랑’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화랑’에는 ‘응답하라 1994’(2013)를 통해 호흡을 맞췄던 고아라와 같은 소속사 후배 조윤우가 출연하고 있기 때문.
묘한 인연이긴 하다. 라이벌 ‘화랑’에 출연하고 있는 고아라를 유연석은 ‘응답하라 1994’에서는 열렬히 사랑했지만, ‘의사’에게 빼앗기고 씁쓸한 짝사랑을 마무리 지은 바 있다. 그렇게 3년이 흐른 후 유연석은 의사 역을 맡았다. 이 인연을 유연석에게 말하자 그는 웃으며 ‘화랑’도 잘 됐으면 하는 속마음이 내심 있었다며 깊은 우정을 드러냈다.
‘응답하라 1994’는 유연석의 배우 인생을 통틀어 아마 가장 사랑받은 작품이자 캐릭터로 꼽혀왔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낭만닥터 김사부’를 통해서는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그가 그린 강동주는 언제나 마음을 울리는 명대사들과 함께 살아 숨 쉬었다.
다음은 유연석과 나눈 일문일답.
-경쟁작이었던 ‘화랑’에는 고아라와 소속사 후배 조윤우도 출연하고 있는데, 배우들과 나눈 이야기가 있거나 해준 말이 있나.
▲사전제작이라고 들었는데 아라가 굉장히 긴 시간을 촬영했다고 들었다. 한 여름에 고생해서 찍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욱 응원하고 있었다. 사실 저희와 붙게 되는지 처음에는 잘 몰랐다가 어느 순간 후반부에 많이 붙더라. 저희 작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화랑’도 그래도 잘 됐으면 하는 속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있었다. 마무리 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윤우 같은 경우에는 안 그래도 얼마 전 연말 소속사 송년회 자리에서 만났다. 중간 중간 챙겨보고 있으니까 파이팅하자고 했던 것 같다. 굉장히 예쁘더라. ‘너 진짜 예쁘더라’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응답하라 1994’ 이후 성적과 관련 고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촬영할 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다가 ‘낭만닥터 김사부’ 하기 전까지 쉰 적이 없었는데 딱 4~5개월 쉬었을 때가 있었다. 살아오면서 쉬었던 적이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많은 생각을 했다. 20대 시작할 땐 대학 생활에 미쳐서 쉬지 않았고 군대 갔을 때도 그랬고 그 이후에 촬영하고 정신없이 보냈다. 그리고 나서 성적이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이 연기자가 꿈이었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갑자기 쉬는 시간이 몇 달 생기니까 그런 질문을 하게 되더라. ‘네가 진짜 연기를 좋아하는 게 맞느냐.’
성적이 좋을 때도 있고 많은 사랑을 받고 관심 받을 때도 있는데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아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저에게 질문하게 되더라. 그때 내린 대답은 연기에 대한 갈증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좋을 때도 있을 거고 지금처럼 정말 많은 사랑을 받을 때도 있을 텐데 아닐 때도 있을 거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일을 내가 좋아하고 있고 이 일에 대한 의미라든지를 많이 느끼고 있어서 걱정이 좀 덜해진 것 같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번 작품이 저에게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았을까. ‘응답하라 1994’는 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고, 이번 작품에서는 저에게 이런 모습도 있고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보여드린 것 같다.
-인생작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나.
▲대중에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캐릭터를 또 하나 얻었다고 생각한다. 칠봉이가 인간 유연석은 아니기 때문에 바뀌고 변화했다기 보다는 또 하나의 사랑을 받은 캐릭터를 얻게 돼서 행운이다.
-극중 내레이션이 많은 화제가 됐다.
▲처음부터 제 내레이션으로 시작했던 건 아니다. 촬영 직전까지는 제3자의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계획하고 했다가 방송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작가님과 감독님이 결정하셨나보다. 그것도 제가 계속 내레이션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했는데, 그 내레이션이 우리가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많은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다른 신들 같은 경우에는 표정으로 표현한다거나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내레이션은 제 어떤 특별한 감정을 갖기보다는 대사가 주는 그 힘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영상에 깔려 있는 내레이션인데 영상이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녹음하기도 했다. 매회 내레이션이 쌓여가니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큰 부분 중 하나더라. 그래서 영광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무엇인가.
▲김사부에게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 질문하면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의사다’라는 답이 오갔다. 대사를 하면서 저에게도 물어봤던 것 같다. 좋은 배우냐, 최고의 배우냐, 시청자 혹은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작품에 필요한 배우냐, 그런 질문을 던졌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인 것 같다.
-앞으로 계획한 작품이 있나.
▲구체적으로 보고 있는 작품은 아직 없다. 영화가 갖고 있는 매력이 있고 드라마가 갖고 있는 매력이 있어서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두 파트를 다 하고 싶다. 작년에는 뮤지컬을 했는데 무대가 주는 매력도 또 다르다. 배우로서 활동할 수 있는 많은 부분들을 장르에 구분 없이 활동하고 싶다. 제가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에게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저 또한 다른 매력을 느끼면서 배우로서 삶을 살아가고 싶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까 이것도 하게 되고 저것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 빠진 취미는 뭔가.
▲드론을 샀다. 드라마 중간에 찍어보기도 했고, 이번에 세부 갈 때 드론을 가져가기도 했다. 재밌더라. 드론을 좀 갖고 놀 것 같다. 비싼 것도 많지만 요즘엔 화질에 따라 몇 만 원짜리도 있다. 한 번 날려보니까 재밌더라. 어렸을 때 헬기, 비행기를 갖고 놀고 싶었다. / besodam@osen.co.kr
[사진] 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