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연석에게 한석규는 드라마 속 김사부처럼 믿고 의지할 좋은 스승이자 배우 선배다. 연기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았지만, 인간적으로도 그렇다.
최근 유연석과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종영 관련 인터뷰를 갖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에서 만났다.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한석규에 대한 존경심과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며 웃었다.
극중에서 강동주(유연석 분)는 소위 말하는 흙수저로 태어나 성공하기 위해 의사가 된 천재외과의사다. 그런 그를 변화시킨 건 김사부(한석규 분). 동주가 인간적인 의사로 성장하는 스토리와 김사부와의 사제 케미스트리가 이 드라마의 재미요소 중 하나였다. 그것은 때론 윤서정(서현진 분)과의 로맨스보다도 더 큰 울림과 끌림이 있었다.
다음은 유연석과 나눈 일문일답.
-종영 소감이 어떤가, 이 정도로 사랑 받을 거라 예상했나.
▲이 정도로 사랑받을지는 절대 예상하지 못했다. 대본을 리딩하고 나서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겠다, 무언가 이야기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 시청률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예상할 수 없었다.
-큰 사랑을 받은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드라마가 누구 하나만의 능력으로 되는 것 같진 않다. 정말로 팀워크가 좋았던 팀이지 않나 생각한다. 한석규 선배님을 비롯해서 (서)현진 씨, 병원 식구들 모두 훌륭했고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 역시도 여러 번 호흡을 맞췄던 팀이라 그 팀워크도 훌륭했던 것 같다. 작가님이 대중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정확하고 그 메시지를 보시는 분들도 공감하며 봐주신 것 같아 여러 가지 요인이 시너지 효과를 냈던 것 같다. 사실 몇몇 파트의 대단한 ‘캐리’를 통해서 어느 정도의 시청률은 나올 수 있겠지만 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건 팀워크가 뛰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한석규 선배님의 공이 굉장히 컸다. 앞서 영화 ‘상의원’ 찍을 때도 좋은 말씀 해주셨지만 특히나 이번에는 저와 직접 대립하면서 찍은 신이 많아서 여러 가지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지금 기억에 남는 건 ‘카메라에 대고 연기하지 말자’는 말씀을 해주셨던 것 같다. 카메라에 연기를 하는 거지만 배우들끼리 정말 집중해서 감정과 대사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의식하는 순간이 있다. 같이 고민하면서 촬영해보자고 말씀하셨고, 넘치지 않게 연기할 필요 없다고 하신 적도 있다. 20원치만 해보자고 하신 적도 있었다. 선배님이 ‘나는 20원치만 하고 연석이 너는 50원어치만 해봐’라고 우스갯소리로 하셨는데 무슨 말인지 딱 알겠더라.
-한석규 선배에게 배웠던 점은 무엇인가.
▲현장에서 주현 선배님을 제외하고 연장자셨는데 촬영장의 분위기를 좌우하신다. 오히려 분위기 메이커일 때가 많았다. 특유의 목소리로 하시는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으시다. 그걸 우리들이 따라 흉내도 내고 정말 현장 분위기가 부드러웠던 것 같다. 선배님이 갖고 있는 여유가 있으시다. 덕분에 시간에 쫓겨 촬영하던 와중에도 중간 중간 여유를 갖게 됐던 적이 있었다. 정말 놀라운 건 현장에서 많은 것들을 고민해서 오신다. 드라마 촬영하다보면 대사조차 숙지하기 쉽지 않은데 아무리 시간을 쫓기더라도 여러 고민을 놓지 않으시더라.
촬영하다보면 핑계가 생기는데 반성도 하게 됐다. 그런 점이 배울 점이었던 것 같다. 드라마 촬영하다보면 후배들에게 조언해주기 쉽지 않은데 끊임없이 조언해주시고 고민해주신다.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거니’ 등 관심 가져주시고 조언 많이 해주셨던 선배님이었다. 어떨 때 보면 귀여우시다. 본인이 하시다가 NG 나면 혼자 막 웃으신다. 그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시면서. 선배님인데도 때론 귀여울 때가 있다. ‘결혼은 언제 할 거니’라는 질문에 아직 기약이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냥 빨리 해~ 그게 좋아’라고 하셨다. 지금은 아직 생각 없다.
-번외편 촬영은 특별한 경험이었을 텐데.
▲작가님께서 처음부터 정확하게 20부로 맞춰주셨던 것 같다. 그것에서 한 치도 흐트러지고 싶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한 회를 연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드리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저희도 21부를 번외편으로 가져간다고 해서 어떨까 굉장히 궁금했다. 저희도 받아본 적이 없었던 거고, 처음에는 번외편이라고 해서 저희가 찍었던 걸 다시 만드나 했는데 아예 번외편으로 대본이 나오더라. 새로운 인물도 나오고 재밌었다.
특히 김혜수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저도 영화 찍으면서도 사적으로도 뵌 적이 없었는데 궁금했고 스태프들도 기대를 많이 했다. 선배님께서 보자마자 본인 드라마도 다 챙겨본 적이 많지 않은데 저희 걸 전편 다 봤다고 너무 잘 보고 있는데 같이 하게 돼서 좋고 너무나도 훌륭하게 찍어놓은 드라마의 마지막에 나와서 한편으로 걱정되기도 하고 즐겁다고 하셨다. 감사했다. 한석규 선배님과 두 분이 찍는 부분이 있었는데 모니터를 보는데 예전에 봤던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색다른 기분이었던 것 같다. 배우가 주는 힘이 이렇게 또 다르구나 느꼈다. 그리고 의학용어나 수술신 같은 경우도 너무나 철저하게 준비를 해 오셔서 촬영할 때 놀랐다. 감사드린다. / besodam@osen.co.kr
[사진] 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